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사임을 촉발한 질 켈리가 미국에서 한국 명예영사로 활동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4일 주미 한국대사관이 켈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 미 국무부의 허락을 얻어 8월 그를 명예영사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그가 명예영사가 된 데는 한미 FTA 전도사를 자처한 한덕수 전 주미대사가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대사는 2월 사의를 표명하기 전 주미대사관 직원을 시켜 플로리다주를 관할하는 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 측에 켈리를 명예영사로 위촉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한 전 대사는 "켈리가 한미 FTA 타결을 계기로 양국 협력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애틀랜타 총영사관에 명예 영사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김희범 애틀랜타 총영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켈리의 명예영사 임명이 진행됐다"고 밝혔다.
우리 외교가 일부에서는 켈리가 당국자들에게 "내가 언제쯤 명예영사가 되느냐"고 자주 묻는 등 지나친 관심을 표시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한 소식통은 "스스럼 없이 내가 누구누구랑 친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 등 과시욕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켈리는 자신의 벤츠 승용차에 명예영사(Honorary Consul)라고 새겨진 준외교관 번호판을 부착해 사용했으며 자신을 명예총영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사회적 인맥이 두터운 현지 인사들이 주로 임명되는 명예영사는 외교관 면책특권이나 보수를 받지 않는 명예직이다. 미국에는 켈리를 포함해 15명의 한국 명예영사가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한국이 이번 사건에 관련된 정황은 없다"면서도 "켈리가 한국을 위해 일한다는 것이, 그가 앨런 사령관으로부터 2만~3만쪽 분량의 이메일을 받은 사실을 설명해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켈리의 역할은 한미 FTA의 성사 등과 관련해 측면에서 한국에 도움을 주는 기술적인 것이었다"며 "일각에서 생각하는 (정보 제공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면 그것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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