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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은 대선개입으로 얻을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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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북한은 대선개입으로 얻을 것이 없다

입력
2012.11.1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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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EBS가 지난해 초중고생들의 언어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학생들은 마치 욕을 하는 기계와 같았다고 한다. 조사대상인 중고등학교 학생 4명은 친구 등과 4시간 동안 평균 190여 회의 욕설을 했다. 이는 1시간에 49번, 75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이라고 한다. 이러한 욕설은 학생들이 늘 접하는 공적 공간인 인터넷 사이트로 이어져 악플이 된다.

이런 욕설은 비단 우리 학교 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북한 선전 매체들도 똑같은 모습으로, 오히려 아이들 수준만도 못한 저질적인 욕설과 비방 허위선전을 옮기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물론 방송매체,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공작매체도 연일 한국정부와 대통령,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비난과 함께 NLL침범 도발을 통해 남남갈등과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는 대남공작기관 통전부의 외곽조직인 '조평통'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가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모든 매체들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국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난은 광란에 가까울 정도다. 금년도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북한 관영 매체가 한국 대선을 직접 언급한 경우는 4·11 총선 이후 지난 9월 말까지 총 767건으로 하루 평균 4.6회였다. 17대 대선이 있었던 2007년 같은 기간(1.5회)보다 3배 가량이 늘었다.

북한의 대선 개입특징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오로지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를 헐뜯는 성명ㆍ논평ㆍ담화를 집중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발표한 각종 문건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메뉴는 '새누리당이 집권하면 전쟁이 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대선 개입 전략으로 '전쟁' 카드로 떠벌리는 것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엔 북한의 도발이 보수ㆍ우파 세력에 유리한 소재였지만 천안함 폭침 이후 2010년 6ㆍ2 지방선거는 진보ㆍ좌파 세력에 유리했다"며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보수층 결집 효과보다 전쟁을 무조건 피하려는 중도성향의 젊은층에서 친북ㆍ좌파 세력 지지 효과가 더 크다는 게 북한의 계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그 정도로 어리석지 않다. 북한이 어느 특정 후보에 대한 비방과 선전선동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선호하는 후보가 당선 혹은 낙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나치게 두둔하는 모습을 보이면 그 후보는 친북세력으로 오인되어 감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4ㆍ11총선에서 민주통합당 김용민 국회의원 후보가 노인비하 발언과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한 무례한 성적 모독발언으로 전체 판세가 흔들려 역풍을 맞았다.

북한은 오판해서는 안 된다. 북한의 선전매체의 대남 비방과 선거 개입은 자신들이 입맛에 맞는 후보가 당선이 되어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더 많은 대북지원을 받고 남북관계를 주도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북풍이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들도 그만큼 현명해졌다. 북한의 대남비방과 무례한 욕설은 조폭들도 사용하지 않는 저질적이고 치졸한 것들로 이러한 선전선동은 걷어치워야 한다. 우리의 언론 매체가 3대 세습자인 김정은에게 이러한 욕설을 한다면 북한은 핵무기를 사용한다거나 선전포고를 해올지도 모른다.

패망이 가까워지는 김씨 체제를 그나마 유지할 방법은 6자 회담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남쪽이다. 화풀이 대상도 남에 있고 돈도 주고 쌀도 주는 후원세력도 남에 있다. 북한이 입에 맞는 정파에 전력투구를 하지만 누가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남한 국민을 외면한 정치는 할 수 없다. 북한이 살아 갈 길은 남한의 특정정권이나 정파가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손을 잡고 평화와 대화의 길로 나서는 길이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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