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은 지금 애들 밥을 볼모로 이득을 얻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비정규직의 일방적인 입을 빌려 변호하고 계십니다…요즘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다 뭐다 해서 각종 수당도 지급되고 있고, 2년 근무 후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고 있어 학교장이 함부로 해고도 할 수 없습니다.'(9일자 10면 '학교 비정규직, 15년 일했는데 월 100만원'제하 기사에 대한 '정면돌파''핑크베이비' 님 등의 댓글 의견입니다.)
많은 분들이 9일 학교 비정규직이 벌인 파업을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이기주의'라고 비판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닙니다.
급식조리원, 교무보조 등 학교 비정규직의 요구는 호봉제 전환, 교육감 직접 고용입니다.학교 비정규직은 신입이나 10년차나 임금에 차이가 없습니다. 조리사의 경우 경력과 상관없이 근무일수(260~275일)에 연봉기준액(4만5,500원)을 곱해 나온 임금을 12개월로 나누어 받습니다. 세금과 4대 보험을 제하면 월 100만원이 안됩니다.
9월부터 대중교통비(월 6만원)와 가족수당(2만~8만원), 장기근속가산금(3년 이상 근무시 5만원, 2년마다 1만원씩 인상) 등 수당이 지급되고 있지만 실은 용돈 수준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실상은 연봉제 아닌 일당제"라며 호봉제 전환을 요구하는 겁니다.
또 학교 비정규직은 사용자가 불분명해 고용이 불안합니다. 학교장, 시ㆍ도교육감, 교과부 장관이 사용자가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현재 학교 비정규직은 별도인건비 예산 없이 학교별 취업규칙에 따라 재계약과 퇴직, 해고가 이뤄집니다. 실질적 권한이 없는 교장 재량에 맡겨놓다보니 2년 이상 계약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토록 한 법조항도, 안정적인 노동 환경도 유명무실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교육감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거죠.
그러나 교과부와 교육청은 법이 보장하는 교섭조차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학교 비정규직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자들의 당연한 기본권 행사입니다.
이 기사는 학교 비정규직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 함께 생각해 보자는 취지에서 쓴 것입니다. 아이들 급식을 볼모로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급식을 책임지는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해도 되는 건지 한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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