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등장해 뱀파이어와 인간의 판타지 로맨스로 전 세계에 수많은'트왈러'를 양산해온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마침내 대단원을 맺는다.
마지막 편인 '브레이킹 던 part2'는 뱀파이어가 된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의 시선을 통해 문을 연다. 전 편에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 분)와 결혼해 딸 르네즈미를 낳은 벨라는 붉은 눈동자를 지닌 뱀파이어로 다시 태어나면서 생기 넘치는 여인으로 변신을 한다. 이전 '민폐녀'의 나약함을 송두리째 벗어 던진 벨라는 에드워드와 함께 엄청난 속도로 산과 계곡 절벽을 오가며 사냥에 나서기도 한다. 초록의 숲을 내달리는 벨라에게선 자유의 상쾌함이 물씬 묻어난다.
벨라가 점차 뱀파이어의 생활에 적응할 즈음, 르네즈미를 뱀파이어의 궤멸을 불러올 '불멸의 아이'라고 판단한 또 다른 뱀파이어 종족인 볼트리가문은 아이를 없애기 위해 군대를 소집한다. 에드워드와 벨라가 있는 컬렌가는 이를 알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뱀파이어를 찾아 다니며 세를 규합, 전투를 준비하고 제이콥(테일러 로트너)이 이끄는 늑대인간도 벨라를 돕기 위해 나선다.
설원에서 펼쳐지는 대규모의 전투신은 '트와일라잇' 전체의 하이라이트다. 시리즈 사상 최대 규모의 액션이 펼쳐진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뒤섞여 치르는 살벌한 전쟁이다. 뱀파이어들은 각기 자신들만의 능력으로 땅을 가르고, 불을 만들고, 주문을 걸며 상대 뱀파이어의 목을 뽑아버린다.
하지만 이 설원 전투신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인내해야 한다. 반인(半人) 반 뱀파이어인 딸이 불멸의 아이가 아니란 증명을 확보해가는 과정은 왜 그리도 길어야만 한지. 그들을 돕기 위해 루마니아 이집트 아일랜드 아마존 등서 찾아온 뱀파이어들이 순차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지켜볼 때는 마치 지루한 뱀파이어 오디션을 보는 듯하다.
액션은 시리즈의 5편 중 가장 화려했을 수 있지만 러브라인은 가장 무뎌 보인다. 이번에도 에드워드와 벨라는 뜨겁게 사랑을 한다. 이제 서로 같은 체온을 나눌 수 있게 된 둘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온통 밀회에 쏟아 붓기도 한다.
그들은 불멸의 사랑을 얻어 더욱 불꽃 같은 사랑을 나누는 것으로 봐달라 하겠지만, 지난 5년간 둘의 사랑을 지켜봤던 관객들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나은 그들에게서 여전히 신선한 사랑을 공감하긴 쉽지 않다. 농밀한 스킨십을 나누어도 지친 사랑이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불멸의 로맨스가 허황됨을 아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1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