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 보수·진보 진영의 후보가 각각 문용린 서울대명예교수와 이수호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으로 단일화됨에 따라 정책 대결이 선명해졌다. 한 마디로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잇느냐 뒤집느냐의 대결이지만, 두 후보 사이에 수렴되는 영역도 나오고 있다.
이수호 후보는 1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서울 혁신교육이 멈춤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며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혁신학교 확대, 학군에 상관없이 고교에 지원할 수 있는 고교선택제 폐지는 곽 교육감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그대로 잇는 것이다. 학생인권조례 준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 기재 반대 등 곽 전 교육감 시절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을 빚었던 사안들도 대부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상급식은 고교까지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특목고ㆍ자사고가 원래 설립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학교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노조의 요구대로 교육감이 고용하는 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반면 문용린 후보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교사의 지도력을 제한하는 항목을 개정하는 등 보수층의 비판을 샀던 곽 전 교육감의 정책을 일부 되돌리겠다고 공언했다. 무상급식은 현재 적용되고 있는 중학교 1학년까지 시행하되 “예산 범위 내에서”라는 단서를 달아 더 이상 확대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혁신학교에 대해서도 추가 지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책을 현상유지한다는 것으로 문 후보는 “교육 현장의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학교 1학년 시험 폐지다. 그는 “중 1학년을 대상으로 중간ㆍ기말고사를 폐지하고 대신 진로 탐색 등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발언했다. 남은 임기인 1년 반 동안에는 시범실시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이 후보도 “우리 아이들이 놀기도 하는 학교, 쉼표가 있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원한다”며 공감하는 등 문 후보의 정책은 무조건 보수적으로만 치부되지는 않고 있다.
교육계에선 곽노현 전 교육감의 급진적인 교육정책과 교과부와의 대립으로 빚어진 혼란에 대한 피로감으로 인해 안정적인 문 후보가 유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교조ㆍ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 후보의 강성 이미지가 중도 유권자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과 동시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대선의 영향이 작용해 섣불리 승패를 가늠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서울시민의 선호도를 감안하면 교육감 선거에서도 이 후보가 유력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