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51) 검사에 대한 수사를 특임검사팀과 별도로 진행 중인 경찰은 김 검사가 받은 십수억원의 돈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계좌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4일 김 검사가 사용한 차명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본인 명의의 실명 은행계좌 1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신청했다. 이 계좌로 수억원이 이동된 흔적을 잡은 경찰은 돈이 어떤 곳에 쓰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중요 물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또 금융정보분석원에도 김 검사에 대한 혐의거래 보고, 고액 현금거래 보고 등 자료가 있다면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혐의거래 보고나 고액 현금거래 보고는 1,000만원 이상의 계좌이체, 수표ㆍ현금 인출 거래 가운데 금융기관이 수상한 거래라고 판단해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한 기록이다.
이와 함께 경찰은 2006~2010년 유진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혐의거래 보고나 고액 현금거래 보고를 검찰이 조회한 사실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도 제출했다. 이는 김 검사나 김 검사가 소속돼있던 검찰청이 당시 유진그룹과 관련한 수사나 내사를 한 정황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유진그룹 간부가 김 검사에게 건넨 6억원의 대가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검경의 이중수사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경찰은 이처럼 자체 수사를 변함없이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중복 조사는 하지 않겠지만, 이미 확보한 기초자료나 추가 비리 의혹 조사는 계속하겠다"며 "향후 특임검사팀이 김 검사를 기소하더라도 적용한 혐의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그 부분에 대해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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