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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역주의 해소하는 그림자 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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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지역주의 해소하는 그림자 내각

입력
2012.11.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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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는 늘 한국 정치의 모델이었다. 우리 여야 정당들은 툭하면 "원내정당으로 가자"고 외친다. 미국식으로 따라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미국 흉내내기'를 그만두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이 사상 최대의 돈 선거였고,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였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실시된 미국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 투입된 자금은 총 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 상대를 원색적으로 헐뜯는 네거티브 TV 광고를 내보냈다.

더 큰 문제는 사실상 두 개의 미국으로 분열됐다는 점이다. 출구조사에 따르면 백인 유권자의 59%가 롬니를 지지했으나 흑인 유권자의 93%는 오바마에게 몰표를 던졌다. 특히 롬니를 택한 백인 남성은 65%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히스패닉 유권자의 71%는 오바마로 쏠렸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인들은 자신의 정적을 핵심 장관으로 기용했던 링컨의 리더십을 그리워하고 있다.

다시 우리 정치를 되돌아본다. 한국 정치의 대표적 고질병은 지역주의에 따른 국론 분열이다. 선거 때마다 동서의 표심이 갈리는 지역 구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집권자는 권력 포스트에 동향 출신 등 연고가 있는 인사를 집중 기용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부터 어려움을 겪은 것은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 출신) 내각' 논란 등 인사 문제 때문이었다.

역대 정권의 인사 정책은 하나같이 실패했다. 인재를 널리 쓰지 않고 측근들이나 대선 캠프에 참여한 사람들을 주로 쓰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동안 고위직 인사에 대해 취재할 때마다 가졌던 궁금증은 왜 대통령들이 이런저런 인연으로 가까운 사람들만 핵심 보직에 임명할까 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새 인물을 기용한 줄 알았으나 취재해 보면 대선 때 직간접적으로 도와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왜 가까운 사람만 쓰죠?"라고 물으면 대통령 참모들의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그들은 "적재적소 인사가 기본이지만 중요한 자리에는 대통령과 철학이 같고 로열티(충성도)가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정권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고 인사가 반복되다 보니 대선 때만 되면 정치인뿐 아니라 공무원, 학자들까지 대선 후보 캠프에 줄을 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때문에 대선 캠프에 몰려드는 '폴리페서'(정치 참여 교수)를 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한 전직 고위공무원은 "대선 때 조금이라도 돕지 않으면 정무직 공무원으로 기용되기 어려운 게 현실 아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학자는 "행정 부처의 사무관∙서기관급 인사들과 만나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던 폴리페서 교수가 하루 아침에 낙하산 타고 장관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벌어지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는 과거 정권의 인사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특히 세 후보 모두 같은 영남권 출신이기에 이번 대선은 지역주의를 완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세 후보는 "공정하게 인사하겠다"고 분명하게 약속해야 한다. 이어 집권 초부터 학연, 지연, 혈연 등의 연고를 타파하고 정파를 떠나 널리 인재를 구하는 '통합 인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고 적극적으로 개혁 정책을 펼 수 있다.

국정운영의 핵심은 인사와 정책, 리더십이다. 따라서 대선 후보들은 정책 공약뿐 아니라 인사 공약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세 유력 후보는 우선 호남 ∙충청권을 포함한 다른 지역 인사를 균형적으로 기용하겠다고 다짐해야 한다. '균형 인사'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섀도우 캐비닛'(shadow cabinet ∙그림자 내각) 후보군 일부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물론 그림자 내각은 내각제에 어울리는 개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시범적으로 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유력 후보의 핵심 측근들이 "임명직 공직에 취임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선언하면 효과를 더 발휘할 수 있다.

김광덕 정치부장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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