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지난해 11월 "대학들의 예산 부풀리기를 바로 잡으면 정부지원 없이도 등록금을 13% 내릴 수 있다"며, 교육과학기술부에 이를 실현할 제도개선 방안을 권고했지만 1년이 지나도록 교과부가 권고사항 대부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에는 손을 놓은 채 세금을 쏟아 붓는 꼴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발표한 대학재정 운용실태 감사자료에 따르면, 대학들이 예산을 부풀려 등록금을 과도하게 받아내는 것을 막기 위해 예ㆍ결산 차이를 공시하고, 차이가 과도한 대학에 패널티(벌칙)를 주는 제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과다하게 받아놓고, 결국 다 쓰지 못하고 막대한 돈을 남겨 해마다 적립금을 늘리는 것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들이 얼마나 예산 부풀리기를 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예ㆍ결산 차이는 공시되지 않고 있다. 대학알리미 사이트와 각 대학 홈페이지 등에 예산, 결산 자료가 별도의 문서로 공개될 뿐이다. 전문가가 아니면 복잡한 회계장부를 보고 실태를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교과부 관계자는 "공시주체가 대학이기 때문에 예ㆍ결산 차이까지 산정해서 공시하라고 규정하는 것은 과잉일 수 있다"며 "대신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예ㆍ결산 과정에 문제가 있는지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문제가 있으면 행정적 제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선임연구원은 "예ㆍ결산 차이의 비율이 일정기준을 넘기면 자동으로 통보하도록 지침 하나 만드는 것이 뭐가 어렵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감사원은 또 대학의 재정ㆍ회계 관리시스템을 보강하기 위해 대학 내부감사기구 설치 및 외부회계감사 실시 여부를 정부의 재정지원 요건 또는 대학 평가항목에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감사원이 35개 대학을 점검한 결과, 감사 전담기구가 설치된 대학은 4곳뿐이었다. 사립학교법에 입학정원 1,000명 이상 대학은 외부회계감사를 받도록 돼 있으나, 외부감사의 손해배상 책임, 감사결과 공시에 대한 법제화가 안돼 있어 형식적인 감사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총 4,111억원이 지원되는 교육역량강화 지원사업, 학부교육선도대학 지원,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 등의 평가항목에는 이런 회계평가 항목이 반영되지 않았다.
신입생 입학금 인상이 과도한 만큼, 인상률을 별도로 분리해 공시하도록 권고한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금액만 공시되고 있다. 감사원 조사에서 10개 대학이 지난해 법정 상한을 초과해 입학금을 올리고 액수를 공시했으나, 교과부는 지난해 7월까지 이를 파악하지도 못하고, 행ㆍ재정적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밝혔었다. 교과부 관계자는 "초과해서 받은 것은 연말까지만 돌려주면 행ㆍ재정적 조치는 안 한다"며 "전년도 액수도 나오기 때문에 굳이 인상률을 따로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고 권고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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