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계속한다." 초유의 검경 이중수사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경찰 수장은 '법대로 수사' 의지를 거듭 밝혔다. 김기용 경찰청장은 13일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법에 주어진 절차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며 "경찰이 수사하는 사안을 검찰도 수사에 착수해 이중 수사 상황을 만든 것은 적절치 않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특임검사팀이 핵심 피의자나 참고인을 먼저 불러 조사할 경우 경찰로서는 이들을 다시 조사할 명분이 약해 실질적인 수사 동력이 떨어진다. 당장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광준(51) 검사도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은 채 특임검사팀에 출석했다. 영장청구권까지 검찰에 있어 경찰로서는 독자적인 강제수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주요 참고인들도 특임검사팀으로 향하고 있다. 김 검사에게 6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과 동생인 유순태 EM미디어 대표는 경찰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특임검사팀 조사에 응했다. 향후 다른 참고인들이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경찰은 강제 소환할 방법이 없다.
김 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입증할 증거물도 특임검사팀이 먼저 압수한 상태다. 특임검사팀은 수사팀 편성이 끝나자마자 김 검사의 서울고검 사무실과 자택, 유진그룹 사무실 등 5, 6곳을 압수수색했고, 다음날에는 김 검사에게 차명계좌를 대여한 부산지역 사업가 최모씨와 또 다른 공여자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이중 수사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특임검사팀에서 수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 수사하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껏 수사해온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씨의 측근과 유진그룹 등에서 돈을 받은 배경 등 김 검사의 핵심 혐의가 아닌 '곁가지 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특임검사팀이 조사 중인 사안 외에 다른 건에 대해서도 단서를 잡아 수사 중"이라며 "최대한 혐의를 규명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김 검사가 구속될 경우 얼마나 실효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 내부에서 "수사 초기에는 '경찰의 검사 비리 의혹 수사를 검찰이 가로챘다'는 검찰 비판 여론에 경찰이 힘을 얻을 수 있었을지 몰라도, 김 검사가 구속되고 나면 경찰이 계속 수사를 할 명분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설사 곁가지 수사가 되더라도 경찰 수사는 특임검사팀이 김 검사 의혹으로 드러난 검찰조직의 곪은 문제를 얼마나 제대로 도려내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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