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새누리당)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대선 후보의 비정규직 정책은 크게 엇갈린다. 문 후보가 사용제한을 통해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가장 강력한 정책을 내놓은 반면 박 후보는 정규직 전환보다 차별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안 후보는 비정규직 축소를 압박하는 정도에 그쳤다. 다만 공공부문의 상시ㆍ지속 업무에 대해서는 세 후보 모두 전면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불법파견 등에 대한 대책도 박 후보는 기업 입장, 문 후보는 노동자 입장을 대변한 공약을 내놓아 대조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후보의 공약이 "너무 이상적인데다 구체적인 방법이 없어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고, 박 후보에 대해선 "현실에만 안주해 공약이 이 정도로 약한데 실제 집권하면 얼마나 실행할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상에 치우치거나 현실 안주
세 후보 모두 공공부문의 상시ㆍ지속업무 비정규직은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상시 업무의 범위에는 이견이 있어 현재 34만명 규모의 비정규직 중 문 후보는 15만명, 안 후보는 10만명 가량을 정규직화한다는 계획이며 박 후보는 아직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후보들이 약속한 정규직은 고용만 보장될 뿐 임금 등 처우는 비정규직과 거의 같은 '무기계약직'이다.
민간부문 비정규직 축소 방법은 다르다. 박 후보는 노동 유연성 보장을 기반으로 하되 기업이 고용형태를 공시하도록 해 사회적 압박을 유도했다. 정규직 전환보다는 임금 상여금 복리후생 등에서 정규직과 차별 금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별 금지는 이미 고용노동부에서 하고 있는 것을 되풀이한 것으로 개혁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출산 질병 등 결원 대체, 계절적인 사업 등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해 2017년까지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할 경우 대부분 기업들이 정규직화 대신 노동자를 해고해 자칫 실업대란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은 사용사유 제한을 시행하지만 갓 창업해 불확실성이 큰 기업인 등에게는 기간제 사용을 허용하는 등 여러 대책을 함께 사용한다"며 "기업활동에 대한 고려와 실직자에 대한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업들이 비정규직 고용을 공시하도록 하고 이를 정부의 조달정책 등과 연계해 정규직화를 유도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신은종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고용공시제를 통한 도덕적 비난에 기업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반응할지 알 수 없다"며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이라기보다는 덜 사용하라고 호소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노동 약자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
최근 현대차 등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파견과 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들 간 온도 차가 분명했다. 박 후보는 불법 파견에 대한 구체적 공약 없이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 후보는 불법 파견 노동자를 정규직화하고 징벌적 배상제도, 형사처벌 등으로 불법 파견 기업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안 후보는 유명무실해진 현행 파견법을 준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문 후보의 불법 파견 노동자 정규직화 공약은 기업의 저항,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실제 시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습지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화물트럭 운전사 등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약은 전문가들의 호응을 얻었다. 문 후보는 원하는 사람만 가입하도록 돼 있는 산재보험을 특수고용직 전체에게 적용시키며 노동 3권(단결권ㆍ단체교섭권 ㆍ단체행동권)까지 부여한다는 입장이고 안 후보는 고용보험 산재보험 적용과 단체 결성을 통한 문제 해결을 보장할 계획이다. 박지순 교수는 "현행 노동법이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 너무 경직적이라 검토가 필요하다"며 "특수고용직 내에서도 어느 직종에 대해, 노동3권 중에서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지는 개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세 후보의 노동 공약에 대해 전문가들은 "주목할 만한 참신한 공약이 없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