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와서도 코끼리를 타거나 코끼리 쇼를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코끼리 관광 산업 뒤엔 코끼리의 고통과 눈물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 코끼리 자연공원의 설립자이자 '코끼리 엄마'로 불리는 생두언 렉 차일럿씨. 그가 국내 동물보호단체 '카라(KARA)'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미술교육 프로그램 '우리들의 눈'의 초청으로 9일 방한했다. 4박5일간의 바쁜 일정을 마치고 13일 출국하기에 앞서 그는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갖고"태국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코끼리 쇼를 찾고, 코끼리가 그린 그림을 계속 구입한다면 코끼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관광산업을 지원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를 자제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덩치가 큰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서는 야생성을 없애는 '파잔의식'이 행해진다고 소개했다. 다루기 쉬운 어린 코끼리를 3~7일간 작은 나무 우리에 가두고 쇠꼬챙이로 코끼리의 온몸을 찌르는 의식인데, 학대를 견디고 나온 코끼리들은 결국 엄마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만신창이 상태가 된다고 한다. 공포에 질린 어린 코끼리를 이때부터 가혹하게 훈련시키는 것이다. 그는 "400년 전부터 태국은 코끼리 훈련을 시켰지만 생계 형 벌목에 이용했을 뿐"이라며 "지금은 귀와 입 천장을 심하게 자극하며 춤추기와 자전거타기, 줄타기까지 훈련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렉씨가 코끼리 보호활동에 뛰어든 것은 여행사 직원으로 일하던 1992년 관광에 이용되던 코끼리가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목격하면서부터. 이후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2003년 태국 북부도시 치앙마이 부근에 코끼리 자연공원을 설립해 과도한 벌목 노동, 트레킹, 서커스 등에 혹사당하고 그 와중에 병까지 얻어 고통 받고 있던 아시아코끼리 30여 마리를 인수해 보호해 오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2001년 미국 공익재단인 포드 재단의 '히어로 오브 더 플래닛(지구의 영웅)'과 2005년 미 타임지의 '아시아의 영웅 100'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운영하는 코끼리 자연공원에선 관광객들이 1주일 가량 머물며 코끼리에게 먹이도 주고 자연에서 함께 투어도 하는 프로그램(1일 약 9만원)도 운영하고 있다. 하루 최대 수용인원은 100명. 렉씨는 "코끼리들 이용하려고 데리고 있는 사람들도 직접 자연공원을 찾아 자유롭게 생활하는 코끼리를 보고 마음을 바꾸는 경우도 많았다" 고 설명했다.
최근 말하는 코끼리로 유명해진 용인 에버랜드의 '코식이'와의 만남도 소개했다. 그는 "그 동안 수 백 마리의 코끼리를 봐왔지만 인간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처음 봤다"며 "너무 놀라웠다. 코끼리가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렉씨는 마지막으로 코끼리가 감정을 가진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눈이 먼 코끼리가 있으면 서로 감싸주고 돌봐줍니다. 죽은 친구를 계속 찾다가 3개월 후에 죽은 코끼리가 있을 정도로 유대관계도 돈독하죠. 코끼리도 슬픔과 사랑, 분노, 유머를 알고 있으며, 동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합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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