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의 당내 민주화 시금석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의 차액(差額)선거 탈락률이 5년 전 17차 당 대회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액선거란 당선자보다 후보자 수를 많게 해 많은 표를 얻은 순서대로 당선자를 뽑는 투표 방식이다. 차액선거 탈락률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진핑(習近平) 시대의 정치 개혁 가능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18차 당 대회 주석단은 13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주재 아래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18기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위원 입후보자 명단(초안)을 통과시켰다. 신화통신은 이에 앞서 각 대표단이 차액 예비 선거를 통해 입후보자를 정했다고 밝혔다.
제한적 경쟁 방식의 차액선거는 자유선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입후보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후보자끼리 경쟁을 해야 하는데다 당 대회 대표들의 선거 자율권도 확대되는 것이어서 당 내 민주화를 가늠하는 척도로 여겨진다. 이때 당선자 대비 낙선자 비율을 차액선거 탈락률 또는 차액 비례라고 부른다. 중국공산당의 차액선거 탈락률은 2002년 16차 당 대회 때는 5%였고 2007년 17차 당 대회 때는 221명의 후보 중 204명이 선출돼 8%로 확대됐다. 이에 따라 홍콩 언론들을 중심으로 18차 당 대회의 차액 비례는 최소 10%, 최대 40%가 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당 대회 선거 규정에 따라 차액선거로 치러진 이날 예비선거에서 차액선거 탈락률이 평균 8%대라고 밝혔다. 이는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차액 비례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은 당 지도부가 당내 민주화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후 주석의 최측근인 링지화(令計劃) 당 중앙통전부장이 3월 발생한 아들의 페라리 교통사고로 인해 중앙위원회 위원 차액선거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SCMP는 당시 링 부장의 아들이 여성 2명과 수십억원대의 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를 타고 가던 중 베이징의 한 간선도로에서 교통 사고를 낸 것과 관련, 당내에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와의 형평성을 지적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당시 사고로 링 부장의 아들과 동승한 여성 1명이 숨졌지만 사건은 철저히 은폐됐었다. 그러나 링 부장은 이미 41명의 18차 당 대회 주석단 상무위원회에 포함된 만큼 탈락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한편 18차 당 대회는 14일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 위원 등을 확정한 뒤 폐막한다. 이들은 이어 18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8기 1중전회)를 열고 중앙정치국 위원 25명을 선출하며, 중앙정치국은 다시 상무위원을 뽑을 예정이다. 상무위원의 면면은 한국 시간으로 15일 낮 12시 발표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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