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의 택시 기사 알렉스(31)씨는 "스스로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내는 것에 대해 승객들이 별 불만을 표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면 종종 현금 결제보다 가격이 올라간다. 택시요금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 시에 요금의 10%를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시드니의 식당 스타시티 가든 뷔페에서도 신용카드로 식사값을 지불할 경우 결제액의 2%를 더 받고 있었다. 이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제임스 문(55)씨는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가맹점들이 다 부담할 수도 있지만 고객에게 별도의 수수료(surcharge)를 물게 할 수 있다"며"신용카드 결제 시 추가 수수료를 받는 가맹점들이 늘어 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현금 거래보다 불필요한 거래비용이 발생하는 신용카드 사용이 증가하자 이를 제한하기 위해 2003년 신용카드 개혁조치를 단행했다. 수수료율 상한선을 만들어 신용카드 수수료를 낮춤으로써 가맹점들의 부담을 덜게 하고, 신용카드 사용 시 고객에게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해 신용카드 사용자에게 불이익을 주었다. 신용카드가 이자비용 등 직불카드보다 고비용을 수반하는데, 그 사용이 급증하면서 지급결제를 위해 필요 이상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용이 가맹점들의 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물건가격에 전가돼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판단했다.
개혁 이후 호주의 지급결제수단 비중 가운데 직불카드는 2007년 23.1%에서 2010년 32.1%로 늘었다. 반면 신용카드의 비중은 같은 기간 21.9%에서 18.9%로 감소했다. 미국도 비슷한 이유에서 2010년부터 소액 결제 건에 대해서는 현금 및 직불카드 이용을 권유할 수 있게 했고, 신용카드 이외의 결제수단을 이용할 때 가격을 할인해 주는 것을 허용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해 신용카드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 시장에도 가격 차별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현금 결제보다 신용카드 사용시 추가비용을 내도록 허용한다면 카드사용자에게 각종 할인혜택이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느라 올라간 가격을 현금 결제자에게 전가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신용카드의 과다한 사용도 축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지난 10년 간 세원(稅源)양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해왔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가맹점이 신용카드 계산을 거부할 수 없고, 신용카드 계산 시 고객이 추가 비용을 물지 못하도록 돼 있다.
게다가 이미 1만원 이하 소액결제에서도 신용카드의 사용이 보편화되다 보니 신용카드 이용객에게 추가 비용을 물게 할 경우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영경 서울YMCA 신용사회운동사무국 팀장은"가격차별은 오히려 거래상의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며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식의 다른 방향으로 사회적 비용 절감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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