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총동창회와 함께 일제시대 경성제국대학 역사가 포함된 '서울대 120년사'편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서울대 개교 원년을 1895년으로 볼 것이냐 1946년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벌어졌던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가 입수한 서울대와 총동창회의 장학연구지원사업기금 협약서에는 '총동창회는 서울대학교 120년사 편찬 및 역사기념관 건립을 위한 자료수집 지원비 등으로 매년 2억원씩, 5년간 총 10억원을 출연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120년이라는 햇수는 서울대 법대 전신인 법관양성소와 사범대 전신인 한성사범학교 등의 설립시기로부터 120년이 되는 2015년을 뜻한다. 문제는 서울대 역사를 1895년부터 인정하게 될 경우 일본 정부가 조선인의 독립의식을 고취시킬 수 있는 민간 고등교육기관을 봉쇄할 목적으로 1924년 설립한 경성제국대학의 역사까지 함께 포함된다는 데 있다. 서울대와 총동창회는 올해 안에 120년사 편찬 및 기념관 건립에 관한 계획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와 총동창회의 120년사 편찬 및 기념관 건립 계획을 접한 일부 교수들은 즉각 반발했다.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정식 교원 중에 조선인이 거의 없었던 경성제국대학은 식민지 지식권력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경성제국대 시기를 포함해 서울대 역사를 120년으로 끌어 올리는 것은 일본의 식민지배 자체의 문제를 가리게 되는 역사 왜곡"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이번 협약을 담당했던 총동창회 관계자는 "국제적인 자리에 가서 서울대가 겨우 60여 년 밖에 안됐다고 하면 역사가 짧다고 다들 코웃음을 친다"며 "아픈 역사 또한 기록하면서도 서울대의 실제 역사를 되찾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약으로 인해 서울대 개교시점 논란이 다시 일 기미를 보이자 서울대 본부 측은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대학본부 관계자는 "협약서 문구에서 그 부분(120년사 및 기념관 건립을 위한 자료수집 지원비)을 빼자고 했는데 동창회 측의 요구로 들어간 것 같다. 협약 직전에 문안을 따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앞서 4년여 전 서울대에서는 개교원년을 1895년으로 해야 한다는 총동창회의 주장과 1946년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인문ㆍ사회ㆍ자연대 소속 교수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결국 서울대는 2010년 9월 최종의결기구인 평의원회에서 '개학 1895년, 개교 1946년'이라는 절충점을 마련해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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