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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의 무서운 변신 위해 미치광이처럼 덤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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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의 무서운 변신 위해 미치광이처럼 덤빈다"

입력
2012.11.1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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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파격 시도'관객이 보고싶은 창극' 화두… 현대적 공포극으로 변용무대 위 객석, 관객 거리 좁혀●판소리의 연극적 해석북장단·수성가락 빼버리고 국악기·서양악기 반주 넣어대사와 소리 경계 허물어

"거의 제가 미치광이처럼 덤비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이 작품이 '창극으로서 색다른, 신선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듣고 싶은 게 지금 제 욕심입니다."

연극 '레이디 맥베스'(1999) '서안화차'(2003) '오이디푸스'(2011) '아워 타운'(2012) 등으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은 연출가 한태숙(52)씨가 창극에 도전한다. 한씨는 27~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국립창극단의 신작 '장화홍련'의 연출을 맡았다. 2001년 '논개' 이후 11년 만의 창극 연출이다.

'장화홍련'은 국립창극단이 창단 50주년을 맞아 파격적으로 시도하는 '스릴러 창극'. 지난 봄 취임한 김성녀 예술감독이 "관객이 외면하는 창극을 만들면 안 된다"는 화두를 안고, 극작가 정복근씨가 쓰고 한씨가 연출한 연극 '배장화 배홍련'(2001)의 창극화를 제안했다. 강렬한 시각적 표현이 장기인 한씨가 일선에서 국립창극단의 변화를 이끌게 된 셈이다.

12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씨는 "고전소설은 계모 허씨 모자의 잔혹한 살인을 둘러싼 가족 간의 비극을 그렸지만 현대적 창극 '장화홍련'은 이를 현대인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판소리에는 무서운 곡조가 없어 공포극과는 어울리지 않는 면이 있지만 창극에서는 음향과 영상, 조명 등 시청각적인 자극을 통해 분위기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11년 전과 달리 창의 화법에 새삼 큰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뮤지컬만 하더라도 대사에서 노래로 옮겨갈 때 준비과정이 필요하죠. 하지만 창은 말이 자연스럽게 노래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그는 판소리를 연극적으로 해석해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 일단 창극에서 필수로 여겨온 고수의 북장단이나 수성(隨聲)가락을 뺐다. 그 대신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조화룰 이루는 반주를 넣었다. 새 시도에 대해 작창을 맡은 왕기석씨는 "장단 없는 소리가 집중도도 높고 대사 전달이 잘 되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작곡자 홍정의씨는 "대사와 소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우리 판소리가 평소의 대화와 닮아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객석은 무대 위로 올려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기존 객석은 장화와 홍련이 수장된 호수로 설정했다. 어두운 호수의 기운을 통해 관객이 무관심한 주변인으로서 장화홍련 자매의 죽음에서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메시지를 얻게 하려는 의도다.

한씨는 "창극도 공포극도 아니었다는 꾸지람보다 창극 배우들의 연기력과 신선한 음악으로 구축한 참신한 공포창극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전수현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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