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2위가 결승에서 맞붙은 건 대회 43년 역사에서 이번이 4번째다. 26만3,229명이 지켜본 결승전은 2시간14분30초 동안 한 순간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없을 정도로 불꽃 공방의 연속이었다.
결론은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1위)였다.
조코비치가 올 시즌 남자프로테니스(ATP) '농사'를 마무리 짓는 월드투어 파이널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1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3연패를 노리는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2위)를 세트스코어 2-0(7-6 7-5)으로 물리치고 2008년 이후 4년 만에 정상을 재탈환했다. 조코비치는 이로써 우승상금 176만 달러(약 19억원)와 랭킹포인트 1,500점을 따내 '지존'의 성벽을 더욱 높이 쌓았다.
월드투어 파이널 대회는 ATP의 시즌 마지막 무대로 랭킹 8위 이내에 드는 선수만을 초청해 여는 스페셜 매치다. 대회 기간은 4대 메이저대회의 절반인 1주일에 그치지만 메이저 대회 다음으로 많은 상금과 랭킹 포인트를 부여해 인기가 높다. 올해는 무릎부상으로 지난 6월 윔블던 2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ㆍ4위)이 불참을 선언해 다소 맥이 빠질뻔했다. 그러나 페더러의 이 대회 사상 첫 7회 우승 여부와 1985~87년 이반 랜들의 대회 3연패 이후 25년 만에 페더러가 3연패에 도전해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페더러는 기대에 부응하듯 전날 준결승전에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은 앤디 머레이(25ㆍ영국ㆍ3위)를 꺾고 결승에 올랐으나 조코비치의 송곳 플레이에 고개를 숙였다. 페더러는 경기후 "1,2세트 모두 유리하게 출발했으나 덜미를 잡혀 유감스러운 경기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페더러는 실제 1세트 시작과 함께 서브에이스로 기선을 제압해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나갔으나 타이브레이크 접전끝에 승기를 놓쳤고, 2세트에서도 3-1로 앞섰으나 조코비치의 뒷심에 역전을 허용했다. 서브에이스는 페더러가 8개, 조코비치가 6개를 꽂아 넣었고 더블폴트는 나란히 2개씩을 기록했다.
영국 BBC 방송에"나는 다만 버티기만 했을 뿐이다"라며 몸을 낮춘 조코비치는 이로써 올 시즌 6개의 챔피언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75승12패를 기록했다. 페더러와의 상대전적은 13승16패. 올 시즌만 놓고 보면 3승2패로 한 발 앞서나갔다. 조코비치는 이어 "2년전 준결승전에서 페더러에 0-2로 무너졌기 때문에 결승에 오르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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