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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정신병원 실체는 없다, 헛소문에 속 타는 주민들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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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정신병원 실체는 없다, 헛소문에 속 타는 주민들이 있을 뿐

입력
2012.11.1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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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신대리. 중앙선도 없는 야산 기슭 도로 옆으로 굳게 잠긴 철문이 나타났다. 철문과 담장 위에는 철조망이 죽 얽혀 있었고, 경고판이 두 개나 붙어 있었다. 하나는 광주시가, 하나는 주인이 설치한 것이다. 경고판에는 '사유지라 주인 허가 없이 출입하면 처벌받고, 허위정보를 유포하면 민형사상 책임이 수반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곳은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3대 흉가' 중 하나라는 으스스한 타이틀이 붙은 일명 '곤지암 정신병원' 정문이다. 방송 등에 누차 소개되며 호기심 충만한 젊은이들의 발길을 불러 모았던 이 폐병원을 최근 CNN 관광정보사이트인 CNN GO가 '세계에서 가장 소름 돋는 7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며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신대리에서는 "이제야 겨우 진정됐는데 CNN 때문에 또 난리법석이 날까 두렵다"는 한탄이 쏟아지고 있다. 흉흉한 소문이 무성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정신병원을 둘러싼 괴담에는 실체가 전혀 없다. 헛소문에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간 주민들이 있을 뿐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이 병원 명칭은 남양신경정신병원으로 1992년 12월 9일 40병상 규모로 개업한 뒤 4년이 채 못 된 1996년 7월 2일 폐업했다. 규모는 건축연면적 2,500여㎡에 임야를 포함한 전체부지가 7만여㎡나 된다. 아직도 용도는 의료시설이지만 병원을 물려받은 자녀들이 운영할 의사가 없었던 게 폐업이유로 전해진다.

괴담이 확산되자 외국에 거주하는 현 소유주 홍모씨는 지난해 귀국해 건물을 정돈했고, 국내에 사는 처남에게 관리를 맡겼다. 관리인은 한때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병원 주변을 감시하기도 했다. "원장이 자살하고 건물주는 행방불명이 됐다", "이유 없이 환자가 죽어 병원이 폐쇄됐다"는 등의 괴담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경기 광주경찰서도 "병원에서 불미스러운 사건 자체가 없었다"고 헛소문을 일축했다. 다만 경찰은 공포체험 장소로 변질되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인파로 인해 발생할 사고 대비 차원에서 순찰을 돌았다. 체험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지난해 여름에는 기동대를 불러 경비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8월쯤 CCTV를 설치한 뒤 찾는 이가 확 줄었지만 야산을 타고 몰래 들어가는 청소년들로 인한 범죄 가능성이 남아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괴담에 시달린 주민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신대리 주민은 1,000여 가구나 되고, 병원 주변에만 5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이들은 밤이면 외지에서 온 젊은이들의 소음에 치를 떨었고, 흉가 옆이란 낙인에 세입자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그동안 몇몇 사업가가 이 병원을 사기 위해 소유자에게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요양병원으로 개조하려는 이도 있었지만 아직 매매는 성사되지 않았다. 사유지인 만큼 광주시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워 건물이 팔리기 전까지 주민들의 노이로제는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주민 김모씨는 "소문의 실체는 아무것도 없는데 괜한 보도가 주민들을 힘들게 한다"고 혀를 찼다. 글ㆍ사진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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