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길 위의 이야기] 드림캐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 드림캐처

입력
2012.11.13 12:08
0 0

북미를 여행하고 돌아온 선배가 액세서리를 건넸다. 드림캐처라 부르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민속품이라고 했다. 숟가락 크기의 원형 틀 안에는 거미줄 모양의 실그물이 엮여 있었다. 아래쪽으로는 깃털이 두 가닥 드리워졌다. 고리를 잡아서 들어보았다. 마침 바람이 불어 깃털이 가볍게 날렸다.

맑은 날에 어울리는 물건이라고, 가방의 지퍼에 달아두면 예쁠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밤을 위한 부적이야. 이 그물에 꿈이 걸린대. 그물에 걸린 나쁜 꿈은 다음날 아침 첫 햇볕이 닿을 때 이슬처럼 사라진다더라. 좋은 꿈은 걸러져서 깃털을 타고 밑에 고인다는 거야. 다음날 밤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그러니 이불 근처에 걸어둬."

나는 선배 말대로 침대 맡의 커튼 고리에 드림캐처를 걸어두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이불은 약간 덥고 무거웠다. 날이 많이 추워진 것 같아 누비이불 속에 두꺼운 겨울솜을 집어넣었는데, 아무래도 조금 일렀던가 보다. 시원한 공기를 찾아 팔다리가 이불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가 서늘한 기운에 다시 이불 속을 파고들기를 반복했다.

내내 잠을 설쳤다. 그러나 간밤의 꿈은 그런 잠과 잘 어울렸고, 꿈속에서의 여행은 꿈의 길이에 잘 맞았다. 나의 꿈은 이불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않았고, 꿈속의 여행도 꿈 바깥으로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건 좋은 꿈이었을까 나쁜 꿈이었을까. 어쨌거나 드림캐처 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