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한국의 프로야구 응원문화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한국의 열정적인 프로야구 응원문화를 캠코더 하나로 기록하고 있는 외국인이 있다. 미국 뉴욕 출신으로 현재 대전의 한 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필립 리코보노(41)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캠코더를 짊어지고 야구장으로 향한다. 지난 8월 한국에 온 뒤 지금까지 잠실, 문학, 목동, 사직 구장 등을 두루 다녔다. 이런 그를 보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로 착각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 11일까지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시리즈 2012' 경기에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리코보노씨는 "오래 전부터 야구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고 싶었다"며 "한국의 야구장을 찾은 건 외국인 관중을 찍으려는 것이었지만, 질서정연하고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한국의 야구 팬들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가 찍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제목은 '파이팅: 한국의 응원.' 치어리더의 율동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춤을 추고 막대풍선을 흔들며 응원가를 힘껏 부르는 한국의 야구 팬들이 영화의 소재이자 주제인 셈이다. 리코보노씨는 "'파이팅'이라는 단어 자체가 한국 관중의 응원 문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며 "한국의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어 다큐멘터리 영화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일본에서 1년간 머물며 일본 프로야구를 보면서 아시아 야구 문화를 접했다고 했다. 두 나라의 응원 문화를 경험한 그는 "한국의 응원 문화는 일본보다 훨씬 더 열정적이고 조직적이다"며 "일본인보다 좀 더 외향적이고 감정표현에 솔직한 한국인들의 성향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인 관계를 가미한 양국 프로야구 다큐멘터리 영화도 계획하고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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