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TV나 컴퓨터를 보고(Watch), 라디오나 음악플레이어를 듣는(Listen)다. 그런데 요즘에는 하나가 추가됐다. 사람들은 이제 TV나 휴대폰 PC 등의 디지털 기기를 보고 듣는 것과 동시에 손가락을 움직여 만진다(Touch). 바야흐로 ‘터치의 시대’다.
사실 터치 기능의 역사는 제법 오래됐다. 1983년 HP가 선보인 컴퓨터(HP-150)가 출발이었고 은행 현금인출기나 내비게이션 등에 사용되다 2002년 애플의 아이팟 2세대와 2004년 ‘닌텐도DS’등에 일부 적용됐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2008년 ‘여자친구가 전지현보다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어서’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선보였던 애니콜 햅틱폰이 시초에 가깝다.
‘터치 혁명’을 몰고 온 장본인은 2007년 등장한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키보드버튼을 화면에 품은 아이폰을 선보이며 “사람들은 곧 익숙해질거야”라고 말했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아이폰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후 등장한 태블릿PC은 터치 기능이 대세로 자리잡는데 일조했다.
터치 기술은 이제는 마우스와 키보드가 지배하는 PC시장도 삼킬 기세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달 새로운 운영체제(OS) ‘윈도우8’을 선보이며 터치 기술이 전면 도입한 것. 전문가들은 기존의 PC가 터치방식으로 모니터로 교체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전망한다. PC에도 ‘터치의 시대’가 임박한 것이다.
터치 기술은 IT분야를 넘어섰다. 자동차가 대표적인 예. 도요타는 지난해 뒷좌석 창문에 터치 기능을 적용한 기능을 선보인 데 이어 아예 차체의 외장 측면에 터치 기능을 추가한 컨셉차 ‘펀비(Fun-Vii)’를 출시했다. 이 차는 터치 한번으로 차량의 외장 무늬를 변경하는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술의 진화 속도도 눈부시다. 최근 들어서는 터치 센서와 디스플레이 패널, 커버 유리가 하나로 합해지는 단계에 들어섰다. 액정화면 유리와 터치스크린 패널을 합친 ‘인셀(In Cell)’ LCD 패널이 대표적인데 애플 아이폰5의 경우 이 기술을 통해 화면 두께를 0.5㎜ 정도 줄였다.
일본 SMK는 장갑을 낀 채 터치가 가능한 패널을, 소니 모바일은 스크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1~2cm 거리를 둬도 터치를 인식하는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애플이 손가락 지문을 인식 관련 특허를 내놓은 것도 터치 기술 진화의 한 단면이다.
이런 까닭에 터치 패널의 성장 가능성은 무한한 것으로 점쳐진다. 문희성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터치 패널 시장은 2015년까지 연 13% 견고한 성장이 예상된다”며 “기존의 모바일 기기를 넘어 자동차 가전제품 건물 출입문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4일 2020년까지 세계 2강 진입을 목표로 하는 ‘터치스크린 산업 육성 전략’을 발표했다. 정부관계자는 “터치스크린은 IT기기의 핵심 요소이자 세계적인 유망 분야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수요국이고 기술 경쟁력도 있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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