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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전공의 정원 감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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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논쟁] 전공의 정원 감축

입력
2012.11.1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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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 의대정원 증원 등 각종 의료정책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엔 전공의 축소문제를 놓고 맞서고 있다.

2012년 현재 의대 입학생과 전공의(레지던트) 정원은 각각 3,053명과 3,982명. 전공의 선발 인원이 의대 졸업생 수보다 훨씬 많아 비인기 전공과목은 미달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선발정원을 내년 350명 줄이는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50명, 2015년 200명이 추가 감축해 의대 졸업생 수준에 맞춘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이른바 '기피 과목'전공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보건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급격한 인력 감소에 따른 업무 공백과 기존 전공의 업무 증가 등을 우려하며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물론,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려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김성훈 가톨릭대 교수는 "전공의 감축만으로 왜곡된 전문의 수급을 바로 잡을 수는 없지만 전공의 축소는 필요한 정책"이라며 "전문의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격년제 선발 등을 통해 전공의 증원, 감원을 다양하게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전공의를 싼 값에 쓸 수 있는 노동자로 치부, 그 수를 마구 늘리다가 수급불균형을 이유로 이제와 정원을 줄이려고 한다"며 "전공의 감축은 기존 전공의에 대한 과중한 업무 등 부작용이 예상되는 만큼 급격한 감축을 전제로 한 정부의 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공의=값싼 노동력 인식 탓 기형구조… 업무과중 심화 따른 의료質 저하 자명"

●반대 송형곤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대체인력 수급문제 등 아예 뒷짐

비인기과 지원·처우개선이 우선

병원협회의 병원신임위원회가 앞으로 3년 동안 단계적으로 전공의 정원을 약 800명 감축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시합격자보다 인턴 정원이 더 많고, 인턴 수료자보다 레지던트 정원이 더 많은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정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바로잡기 위해서 전공의 정원 감축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괄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절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없다. 전공의들을 싼 값에 쓸 수 있는 노동자로 인식하고 마구잡이로 정원을 늘려온 것에 대한 책임은 뒤로 한 채 단기간에 정원을 줄이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전공의 정원 감축은 단계적이고 현실적인 감축을 기본으로 하되, 수련 환경의 철저한 검증을 전제로 해야 한다. 단순한 숫자의 감소가 아니라, 지역적인 불균형을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고, 각 병원의 실질적 수련 환경에 대한 평가를 통하여 정원을 조절해야 하지만 개선안은 이와는 반대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전공의들이 몰린다는 판단하에 수련환경이 좋은 수도권의 대형병원 중심으로 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개선안은 전공의들이 더 좋은 수련병원에서 수련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제대로된 수련이 이루어지지 않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으라고 강요하는 격이다. 수련 과정의 부실은 결국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

또 전공의 정원 감축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전공의에는 과중한 업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개선안에 따르면 현재도 주 100시간이상 근무하고 있는 전공의들은 주 120시간 이상의 살인적인 근무를 해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정원 감축만을 언급했을 뿐, 그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열악한 전공의 처우 문제나 대체 인력 수급 문제에 대한 대책은 없다. 전공의의 피로 누적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로 이어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전공의 정원 감축 대상과가 주로 기피 과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4가지 방안을 살펴보면 기피과목인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를 비롯해 수련보조수당 지급 대상 과목들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정원이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인기과 전공의 집중 현상은 극에 달해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먼 훗날 비인기과 의사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전공의의 인기과 집중 지원 현상의 배경에 깔려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무조건 정원을 줄이는 것은 절대 거시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니다. 비인기과를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서 의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비인기과는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정책은 그러한 큰 틀에서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병원신임위원회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병원신임위원회는 인턴, 레지던트의 수를 당해 연도 의과대학 졸업생 수를 초과해 책정했다. 그 결과 일선 병원들은 실질적으로 늘 정원에 부족한 인력이 책정되었다. 이처럼 병원신임위원회가 매년 채우지도 못할 전공의의 수를 무조건 확대시킨 근본적인 이유는 병원 측이 전공의를 단순한 피교육자라는 시각보다는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것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며, 그로 인해 많은 사회적 비난이 있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열악한 전공의 처우나 비인기과 지원에 대한 아무런 대책이나 대안도 없이 전공의 정원 감축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공의 정원 문제는 우리나라의 의료전반에 걸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러한 중요한 정책적 결정이 근시안적으로 이루어질 때 그 정책은 성공한 정책이 될 수 없으며, 결국 정책의 실패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임을 보건복지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과목간 쏠림 해소 위한 불가피한 선택… 왜곡된 전문의 수급 바로잡는 계기로"

●찬성 김성훈 가톨릭의대 핵의학과 교수

보조인력 활용으로 진료공백 충당

수련과정 다양화 등 뒷받침 필요

우리나라 전공의와 전문의 수급문제는 크게 전문의 공급과잉과 전공의 수급불균형으로 빚어지는 전공의 과별 편중현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현상의 원인은 다양하다. 근본적으로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의학교육과정은 의대졸업 후 인턴에서 전공의(레지던트)로, 이후 전문의로 이어지는 과정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은 이 과정을 밟고 전문의가 된다.

전공의 정원책정이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의 수요에 따른 것이 아니라 수련병원의 기초의료인력의 수요에 따라 책정되는 것이 문제를 키워왔다. 수련병원의 숫자나 규모 및 진료량이 늘어나면 전공의의 정원이 증가하고 이에따라 전문의도 함께 늘어나는 모순된 구조인 셈이다. 여기에 국민이나 의사들이 전공의 과정을 거친 전문의만 선호하는 것도 전문의 공급과잉과 전공의 수급불균형 현상을 낳았다.

물론 취직의 용이성, 기대수입과 수련과정의 어려움 때문에 전공의 지원과정에서 과별 편중현상은 불가피하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의대 졸업생과 전공의 정원차이 때문에 그 불균형은 더 심화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도 있는 문제이지만, 우리의 경우 현재 그 불균형이 지나치게 심하고 고착화한 것이 특징이다. 결국 전공의 수급의 불균형 현상은 과다한 전공의 정원책정을 풀어야 해결 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인턴정원은 의대졸업자 수, 레지던트 정원은 인턴수료자 수에 맞추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앞으로 3년 동안 800명 이상의 전공의 정원을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정과목 편중현상의 핵심적인 원인인 정원구조를 합리화하겠다는 것이다. 전공의 감축만으로 쏠림 현상의 근본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정책이다.

물론 보건당국은 전공의 감축정책시행을 앞두고 관련단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노력은 기울였다고 하지만, 정책 시행 첫해인 올해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감축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으로는 관련 학회와 단체, 수련병원 등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단기와 중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단기정책으로는 전문의 수요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전공의 증원과 감원기준을 현실에 맞게 다양하게 조정해야 할 것이다. 격년제 선발제도도 도입해야 한다. 오랫동안 전공의가 충원되지 않는 과를 대상으로 학회와 지역에 총정원 개념의 전공의 정원을 배정해 지원자와 수련병원의 불이익이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 수련병원 실태조사와 평가도 강화해 수련병원의 지정 재조정도 이루어져 한다. 이들은 비교적 큰 힘 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중장기 정책으로는 해당 학회가 주도적으로 전문의 수급추계작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공의 정원을 재조정해야 한다. 물론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를 기초의료 인력으로 활용하는 현재의 진료체제를 더 이상 유지하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따른 진료공백은 추가적인 의사채용과 진료보조인력 활용으로 메워나가야 할 것이다. 진료보조 인력 활용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고 의료계의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수도권간 지역간, 개별 수련병원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이다. 이는 병원이 위치한 지역, 수련병원의 지명도, 교육여건 및 레지던트 임용 가능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문제다. 근본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사회ㆍ경제ㆍ문화적 불균형이 완화돼야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공의 정원 감축에 더해 전문과목간 수가체계를 조정해야 수급 불균형을 획기적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전문의를 양성하기 위해 필요한 수련과정을 신설하거나 기존 해당 과들의 수련과정을 다양화하는 제도도 도입을 검토해 볼만하다. 무엇보다도 의료계와 정부는 전공의는 기초의료 인력이 아니라, 우수한 전문의가 되기 위해 교육받는 의사라는 인식 위에 머리를 맞대고 정책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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