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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후… 대기업에 '칼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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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직후… 대기업에 '칼바람' 부나

입력
2012.11.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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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새 정부 원년인 내년 초부터 사상 최대 규모의 대기업 단속에 나설 전망이다. 내년 과징금 예상액을 무려 50% 증액하고 부서ㆍ인력 확대 및 '묻지마 예산'(특수활동비)까지 신설하는 등 재벌을 향한 칼끝을 더욱 날카롭게 갈고 있어서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엄격 제재한다는 방침이어서 공정위의 단속 활동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대선을 앞두고 존폐의 기로에 선 금융위원회 등 일부 부처들이 방어적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자의 불공정행위 조사 인력을 보강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우선 현 가맹유통과를 가맹과와 유통과로 분리하고, 5급 4명, 6급 5명 등 총 9명의 인력을 충원하기로 했다. 가맹사업과 유통사업을 한꺼번에 맡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게 부서 확대의 이유지만, 업계에선 인력이 늘어나고 담당 분야가 분리되는 만큼 본격적인 단속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인력을 늘렸는데도 단속 실적에 차이가 없으면 '몸집 불리기만 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부서간 실적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했다.

최근 담합 신고포상금 한도를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한 것도 대기업에는 부담스러운 대목.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의 속성상 내부 임직원의 신고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내부 제보로 적발된 담합의 경우 자신신고와는 달리 과징금을 감면해줄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에겐 더욱 치명적이다.

공정위가 영수증 없이 쓸 수 있어 '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특수활동비를 신설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국가정보원 경찰청 등이 정보 수집이나 수사 목적에 쓰는 경비가 특수활동비인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 및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업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건 공정위가 내년 세입(稅入)으로 책정한 과징금 규모다. 공정위는 내년 과징금을 올해 거둬들일 과징금 예상액(약 4,030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늘어난 6,034억8,900만원으로 정했다. 규모와 증가율(49.8%)에서 역대 최고치다.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실적을 높이겠다는 뜻인데, 정부가 예산을 허투루 책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뭔가 진행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기업들 사이에 파다하다.

업계에선 경제민주화 흐름에 편승한 공정위의 본격적인 단속 활동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지난달 말 4대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의 금융거래 및 상품 용역거래 내역을 이달 중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제출 내역 기준도 내부거래 공시 대상인 50억원이 아닌 10억원으로 대폭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들여다 보겠다는 의도인데, 기업들이 공시를 피하려 금액을 쪼개 지원한 정황까지 찾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기업들은 초비상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내년 과징금 규모를 올해보다 50% 가까이 증액한 것은 그만큼 기업들을 옥죄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며 "공정위가 새 정부 초기에 분명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벌써부터 서두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대기업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면서 기업의 인력 운용에도 문제가 생겼다"며 "유능한 인재들을 시장 개척이 아닌 공격을 방어하는 곳에 배치하는 현실은 기업은 물론 정부에게도 소모적인 짓"이라고 주장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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