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팔'등 전투기 생산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다쏘는 컴퓨터를 이용한 기계설계(CAD) 분야에서도 일가견이 있다. 다쏘 자회사인 다쏘시스템의 CAD 소프트웨어 '카티야'는 현대자동차 BMW 벤츠 보잉 등 전세계 기업 상당수가 자동차 및 비행기 설계에 이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쏘시스템은 지난해 18억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이런 글로벌 거대기업인 다쏘시스템에 맞서 국내 벤처기업인 한울테크놀로지가 현재 힘겨운 특허싸움을 벌이고 있다. 매출만 놓고 보면 한울은 다쏘의 600분의 1에 불과하다. 말 그대로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싸움의 내용은 이렇다. 개당 평균 2,000만원인 다쏘시스템의 카티야는 1인당 1개 사용이 원칙. 직원 1,000명이 설계를 하면 1,000개의 카티야를 사야 한다. 그런데 한울이 2009년 개발한 '통합라이센스관리(ILM)' 솔루션을 이용하면 1,000개가 필요가 없다. 이 회사 채헌(사진) 사장은 "ILM은 회의나 미팅 등 자리를 비워 당장 사용하지 않는 카티야의 유휴 수량을 파악해 필요한 직원이 쓸 수 있게 해준다"며 "카티야 구입비용의 10~30%를 아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수천 명이 근무하는 자동차개발팀에 ILM을 도입, 카티야 구입비를 30% 절감했다. 유지보수비까지 합치면 절감액은 더 늘어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LG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로템, 모비스, 중소기업청 등 정부 및 10여개 기업이 ILM을 구입해 비용 절감에 나섰다.
다쏘시스템에 비상이 걸린 건 당연했다. 다쏘시스템은 채 사장을 상대로 특허 침해 주장을 담은 내용증명을 보냈고, 이에 채 사장도 맞소송으로 이달 중순 심리를 앞두고 있다. 채 사장은 "다쏘에서는 대체 침해 당한 특허가 무엇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며 "그건 특허침해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쏘시스템코리아 관계자는 "한울이 어떤 특허를 침해했는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 사장은 이번 소송의 본질을 글로벌 기업의 탐욕으로 규정하며, "다쏘는 고객사의 생산성에 기여를 하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채 사장은 1984년부터 한국IBM에서 카티야를 직접 다뤘으며, 지금 회사를 차린 뒤에도 수년 간 카티야 딜러를 했다. 그만큼 카티야를 잘 알아 ILM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그는 "거짓이 없으니 승부에 자신 있다"며 "ILM을 해외에도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글=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사진=김주성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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