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모(51) 검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이중수사가 12일에도 경쟁적으로 펼쳐졌다. 경찰은 이날 김 검사의 또 다른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 사실을 공개하는 등 공세적인 자세를 취했고, 경찰 수사 와중에 뛰어든 특임검사팀도 김 검사를 13일 소환 조사키로 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이처럼 검경의 이중수사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지만 제동을 걸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다.
공개적으로 수사 박차 가하는 경찰
경찰은 이날 김 검사를 둘러싼 새로운 비리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고 공개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2010년 발생한 개인 간 고소 사건에 김 검사가 부당 개입했다는 내용의 제보로 경찰은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과 특임검사팀이 동시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비리 제보가 특임검사가 아닌 경찰에 들어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누구를 더 믿는지 보여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감을 보였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또 이례적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내사 및 수사 자료를 요청했다. 김 검사가 서울중앙지검에 재직했던 2008년 김 검사나 소속 검찰청이 유진그룹의 인수ㆍ합병과 관련해 내사한 적이 있는지에 대한 사실 조회와, 비슷한 시기 서울중앙지검의 KT, KTF에 대한 납품비리 관련 수사 자료다. 경찰 관계자는 "두 가지 모두 김 검사가 받은 돈의 대가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 자료"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난 11일 오후 김기용 경찰청장이 청와대에 들어간 것을 두고 이번 수사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청장은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방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속도 내는 특임검사팀
김 검사의 사무실과 자택, 유진그룹 본사 등을 전날 압수수색한 특임검사팀은 이날 유진그룹 일가와 사건 관련자 5명을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를 급가속했다. 특임검사팀은 핵심인물인 김 검사에게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했다. 발빠른 수사로 경찰 수사를 무력화시키는 동시에 '사건 가로채기'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특임검사팀 관계자는 "경찰은 경찰 나름대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우리 방식의 수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검사는 의사, 경찰은 간호사' 발언으로 파장을 일으킨 김수창 특임검사는 "앞으로는 언론의 질문에 응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특임검사는 사무실이 꾸려진 서울서부지검으로 출근하면서 지하 주차장 통로를 이용, 언론 접촉을 피했다.
이중수사 언제까지
초유의 검경 이중수사 상황은 검찰의 송치 지휘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이 이번 사건의 수사 개시를 검찰에 보고한 만큼 관할 서울중앙지검은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찰은 송치지휘권 발동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경찰이 핵심 관련자들의 혐의를 적시한 압수수색영장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경우 특임검사팀에 사건을 넘기도록 지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물론 경찰과 특임검사팀 사이에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중복 출석 요구 등 부작용이 표출될 경우 그 시기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검찰이 송치지휘할 경우 사실상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거부하고 재지휘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을 정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의 독자 수사 개시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하위 규정인 대통령령 78조는 경찰 수사에 이의가 있거나 사건 관계인의 인권 침해 우려가 있을 때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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