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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재철은 입 닫고, 박근혜 후보가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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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재철은 입 닫고, 박근혜 후보가 답하라

입력
2012.11.12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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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선임기자 jaylee@hk.co.kr

김재철 MBC 사장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장기파업 관련 청문회에 불참했다. 국정감사 증인 출석 거부를 포함해 네 차례나 국회의 출석 요구에 불응한 전력으로 볼 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참담할 뿐이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공영방송 MBC가 얼마나 더 망가져야 대의기관인 국회조차 안중에 없는 그의 ‘막장 버티기’가 막을 내릴까.

김 사장이 국회 환노위 앞으로 보낸 ‘증인 불출석 사유서’를 보고 또 한번 절망했다. 그가 최소한의 상식과 염치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MBC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거짓말과 궤변도 이쯤 되면 금메달 감이다.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대의기관에 대한 능멸”이라는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 후보의 비난이 과하지 않다.

김 사장은 먼저 청문회 대상이 된 MBC 노조의 170일간 장기파업에 대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공영방송사 사장을 물러나라고 주장한 명백한 불법파업”이라고 전제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의 왜곡이다. 그가 취임 초부터 ‘낙하산’ 논란에 시달렸고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전 이사장의 ‘큰 집 쪼인트’ 발언 탓에 궁지에 몰렸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가 올 초 파업에 나선 것은 ‘MB씨 방송’이라는 조롱 속에 “취재 기자들이 현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당할 정도로” 방송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절차의 적법성 여부를 떠나 그의 사장 취임 자체를 문제 삼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 사장은 한술 더 떠 노조의 파업으로 “MBC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으며 국민을 위한 고품격 방송 활동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궤변이다. 파업이 끝난 지 넉 달이 지난 지금 항간에 ‘MBC 오보 찾기’ 게임이 유행할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방송사고가 속출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이 징계를 받고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한직으로 내쫓기는가 하면 이른바 ‘신천교육대’에서 브런치 만들기 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이 있어야 할 자리는 한시계약직인 ‘시용(試用)’ 직원들로 채워졌다. 경쟁력은커녕 하루하루 방송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빌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사의 사장으로서 (국회 출석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대목에선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의 공정성을 훼손한 최고 책임자이자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의 회동에서 드러났듯이 뒤로는 편법적으로 MBC 민영화를 추진해온 장본인이 국회를 상대로 ‘정치적 중립’이니 ‘공영방송 사장의 책무’를 논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김 사장은 또 지난 8일 방문진에서 자신의 해임안이 부결되는 과정에 청와대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캠프 측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해임안 부결은 본인에 대한 재신임을 의미한다”고 강변하는 뻔뻔함을 보였다. MBC 노조 등에 따르면 방문진 야당 추천 이사 3명과 함께 ‘김 사장과 노조 집행부 동반 사퇴’를 골자로 한 결의문 채택을 추진하던 여당 추천 김충일 이사가 지난달 23일 하금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박 후보 선대위의 김무성 총괄본부장으로부터 압력성 전화를 받은 뒤 태도를 바꿔 결의문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하 실장과 김 본부장은 접촉 사실 자체를 부인한 반면, 김 이사는 “김 사장 문제로 통화는 했지만 압력은 없었다”면서도 결의안 추진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흐렸다.

그간 “방송사 일에 간여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해온 청와대와 여당 대선 후보 측의 개입 정황이 드러난 이상,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박근혜 후보가 직접 나서 김 본부장의 개입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MBC 사태의 해법에 대해 견해를 밝혀야 한다. 의혹을 덮은 채 김 사장이 거짓말과 궤변으로 국회마저 우롱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공영방송의 편파보도에 기대지 않고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자인하는 꼴이 될 뿐이다. 이제 박근혜 후보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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