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18차 당 대회)에서 인민해방군 통수권을 내놓을 것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SCMP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 후 주석이 18차 당 대회 폐막 다음날인 15일 제18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8기1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에게 당 총서기직과 함께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도 물려주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전했다. 후 주석은 내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직도 넘길 예정이다. 그 동안 후 주석은 총서기와 국가주석 자리는 이양해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유지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후 주석이 군권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본 이유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전례 때문이다. 장 전 주석은 2002년 후 주석에게 총서기와 국가주석직을 넘기고도 중앙군사위 주석직은 2년이나 더 유지했다. 당시 장 전 주석은 ‘인민해방군엔 최고 지도자의 은퇴 규정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장 전 주석이 그나마 2004년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에서 내려온 것도 아들의 뇌물 사건이 불거져 어쩔 수 없이 취한 선택이었다는 설명이 나온다.
장 전 주석이 군권에 집착한 것은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말이 보여주듯 중국에서 군은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 사건이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것도 보 전 서기가 군부의 폭 넓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권력의 보루인 군권을 후 주석이 흔쾌히 내놓기로 한 배경에 대해 SCMP는 시 부주석이 마음껏 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장 전 주석의 전례가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후 주석은 10년 전 장 전 주석에게 군권을 넘겨받지 못하면서 절름발이 권력이란 평가를 받았다. 장 전 주석도 당시 추태를 부린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당 내부가 크게 동요했다. 일각에선 후 주석이 군권을 넘겨주는 대신 자신의 측근과 계파 인물의 더 많은 승진과 정계 진출을 보장받았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힘에 밀려 마지못해 내려오는 것이란 시각도 있다.
후 주석이 실제로 이번 당 대회에서 군권을 넘긴다면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의 퇴장은 동시대를 함께 한 세대도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 후 주석보다 앞 세대는 말할 것도 없다. 중국의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질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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