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사임을 부른 불륜사건이 폭로된 것은 그와 두 여성이 개입된 3각관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수사국(FBI)은 올 여름 불륜사실을 파악했으나 기밀유출 조사를 이유로 미루다 최근에야 상부기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회는 FBI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악재가 될 수 있는 이 사건을 고의 은폐했다며 진상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사건 공개 이틀 만에 미국이 온통 불륜 정국에 휩싸인 형국이다.
퍼트레이어스의 두 여성은 그의 전기작가 폴라 브로드웰(40)과 플로리다주 탬파 맥길 공군기지에서 지역사회 연락업무를 맡은 질 켈리(37)라고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브로드웰은 의사인 남편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뒀고 켈리의 남편은 퍼트레이어스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퍼트레이어스는 2008~2010년 탬파에 위치한 중부사령부 사령관일 때 켈리를 알게 돼 이후 5년간 교류했다. 브로드웰과의 불륜은 군복을 벗은 지난해 8월 이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3각관계는 4개월 전 퍼트레이어스와 브로드웰의 관계가 끝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브로드웰은 초여름 격한 단어로 켈리가 퍼트레이어스와 부적절한 관계에 있다는 협박성 이메일 5, 6통을 켈리에게 보냈고 켈리는 FBI에 이를 알려 수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퍼트레이어스를 놓고 벌인 두 여성의 애정 경쟁과 질투심이 화를 불렀다는 정황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켈리는 자신의 변호사를 통해 불륜 의혹을 부인했다.
FBI는 이후 브로드웰의 이메일 조사에서 그녀가 책상 밑에서 한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등 불륜 사실을 파악했으며 컴퓨터 주소를 추적해 그 남성이 CIA 국장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시점상 FBI와 법무부는 적어도 늦여름에는 불륜 전모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 불리한 사건이라서 선거기간 중 은폐했다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FBI는 기밀유출 조사를 위해 미뤄오다가 이 의혹이 해소된 뒤 즉각 외부에 보고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10월 에릭 캔터(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FBI 내부고발자에게서 사건 내용을 전해 듣고도 당 수뇌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이런 은폐 의혹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10월은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가 상승세를 타던 시점이어서 불륜 사건이 폭로됐더라면 오바마는 궁지에 몰릴 수 있었다. 사건을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의회는 이번 주 수사 경위를 포함, 진상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FBI는 브로드웰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정보가 기밀이 아니란 판단을 내렸으나 퍼트레이어스의 정보유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