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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원인과 해결책이 연결 고리 없이 따로 따로… 단속 강화하자는 제안도 단순하고 피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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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의 테크닉 논술] 원인과 해결책이 연결 고리 없이 따로 따로… 단속 강화하자는 제안도 단순하고 피상적

입력
2012.11.1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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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을 가리지 않고 스포츠 승부조작 사건이 곳곳에서 터지다 보니 배신감을 느끼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학생이 스포츠 경기를 즐겨 보는 순수한 팬의 입장에서 승부조작이나 비리가 근절되기를 바라는 것이 글에서 충분히 느껴진다.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고민을 심화시키지 못하고 다소 피상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의 글이 가지는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원인과 해결책이 유기적 관계를 맺지 못하고 따로 놀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이 지적하고 있는 승부 조작의 원인은 크게 심판의 열악한 처우, 대학 진학 문제, 브로커의 유혹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뒤에 해결책으로 제출된 대책 세 가지는 이런 원인들과 거의 관련이 없다.

첫째로 정말 심판이 받는 정말 낮은 처우가 승부조작을 유발했다고 생각한다면 심판들에게 인식 개선을 주문하기보다는 제도적으로 그들의 처우를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물론 학생의 제안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낮은 처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다고 지적해 놓고도 해결책에서 인식 개선만을 강조한다면 이는 결코 타당한 방법이라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고교 선수들의 대회 성적에 따라 대학 진학이 결정되는 구조가 문제라면 이에 따른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는 것이 옳다. 현실적으로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대학 진학을 위한 높은 성적이다. 가령 운동 특기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전국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이 필요하다는 식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한 선수들에게 큰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는 학생의 해결책은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의 당면 과제는 격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대학의 선수 선발 제도를 바꾸자고 주장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은 브로커의 유혹을 승부조작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물론 이는 그 동안의 보도를 통해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그렇지만 단속으로 이 문제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학생의 생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사태가 확대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프로농구의 경우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상시 감찰 체제 확립, 비리 접수처 신설, 부정행위 적발 시 징계 수위 높이기 등의 대책을 내놨다. 한 언론은 구단마다 내부고발 시스템을 갖출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그에 비해 학생이 제안한 방법은 다소 피상적으로 느껴진다. 비리가 발생하면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에 제안으로서 큰 의미가 없기도 하다.

학생의 글은 표현과 구성의 측면에서도 몇 가지 소소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첫째 단락의 두 번째 문장과 세 번째 문장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151명의 선수가 적발되었다는 것과 40%의 팀이 연루되었다는 것은 연관관계가 있을 수 없다. 기사를 인용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다 보니 잘못된 문장이 나온 것이다. 또 마지막 단락은 학생의 감상을 적은 것으로 논술문에는 어울리지 않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밖에도 내용적으로 실수를 자주 저지르고 있지만 지면의 한계 때문에 일일이 지적하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학생의 글은 논리적 사고력과 짜임새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고 개요를 꼼꼼히 작성하는 것은 이런 작은 실수들을 줄일 수 있는 한 방법이다.

★기고와 첨삭지도를 희망하는 중ㆍ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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