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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검사가 먼저 "차명계좌 만들어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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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모 검사가 먼저 "차명계좌 만들어달라" 요구

입력
2012.11.1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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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품수수 의혹으로 사상 초유의 검경 이중수사 대상이 된 서울고검 부장검사급 김모(51) 검사는 차명계좌의 실제 명의자인 사업가 C씨에게 자신이 먼저 계좌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이미 입건된 C씨는 경찰 조사에서 2000년 지인의 소개로 김 검사를 알게 됐으며, 2007년 김 검사가 "필요하니 통장, 도장, 현금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 계좌를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 계좌에는 이듬해인 2008년부터 집중적으로 뭉칫돈이 들어오기 시작해 총 규모가 십수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남의 계좌를 양도양수한 것 자체로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검사가 받고 있는 핵심 혐의는 뇌물 수수다.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씨의 최측근 강모씨와 유진그룹 간부 외에도 다수의 인사가 김 검사에게 차명계좌로 수백만~수천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순수한 스폰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검사에게 "내가 돈을 대주겠다"며 '스폰서'를 자처하면 김 검사가 차명계좌를 알려주며 "이리로 부치면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또 이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 검사는 "혹시 사건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는 말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런 정황상 김 검사가 받은 돈에 대가성이 있다고 보고 강씨에게서 받은 2억원을 포함해 포괄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차명계좌에 수천만원 이상을 입금한 사람을 5, 6명으로 추려 이들에게도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김 검사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2008년과 2011년 유진그룹 주식을 사고 파는 과정에서 미공개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검사는 이 거래로 약 2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 위반 혐의도 적용 대상이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검사는 공직윤리법에 따른 재산 신고를 하면서 강씨에게서 받은 2억원을 채무로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4급 이상 공무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재산 및 변동 내역을 등록해야 하고 여기에는 채무 증감도 포함된다. 김 검사는 지난 9일 해명자료를 통해 강씨에게서 받은 2억원에 대해 "차용증과 이자 약정 등 적정한 절차를 거쳤고 2009년까지 송금 등으로 변제했으며 변제했다는 객관적 증빙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대로 정상적인 채권ㆍ채무관계라면 재산등록에서 누락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에 이 거래의 성격이 무엇인지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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