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대학등록금과 교육기회의 불평등 확대 등으로 교육문제는 다음 정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 됐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모두 반값등록금 도입을 내세웠지만 내년 국립대, 2014년 사립대에 전면 적용하자는 문 후보의 안이 가장 적극적이다. 박 후보는 소득에 따라 차등지원하는 현 정책 기조를 유지 확대하는 편이고, 안 후보는 대학종류별로 점차 확대하는 안을 내놓았다.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 고교 정책은 유지(박 후보), 폐지(문 후보), 우선선발권 폐지를 통한 감소 유도(안 후보)로 뚜렷이 갈린다. 대학서열화 완화 방안도 국립대통합체제(문 후보)와 특성화ㆍ혁신대학 육성(박, 안 후보)이라는 방법상 차이를 보인다. 한국일보는 교사단체 좋은교사운동과 공동으로 각 대선 후보 캠프의 교육공약 담당자와 좌담회를 개최, 교육비전을 들어봤다.
"소득별 반값등록금… 대입 전형은 간소화"
朴캠프- 김재춘 행복교육추진단 추진위원
자사고·외고 등 유지하되 설립취지 맞게 감독 강화
우선 일반고 살리는데 집중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행복교육추진단 김재춘 추진위원(49ㆍ영남대 교육학과 교수)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고 장학금을 통해 소득수준별 반값등록금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확정했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입장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부담을 절반으로 덜어 드리는 것보다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지원하겠다. 소득별 지원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은 상황에서 사립대에 마냥 세금을 쏟아 넣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대학들도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등의 자구 노력을 통해서 등록금 인하에 힘 써야 한다. 부실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외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대학의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도입해야 한다."
-대학 서열화 완화와 지역 대학 살리기 대책은.
"국립대학은 연합체계를 만들기보다 대학마다의 특성화를 통해 장점을 발전시켜 나가도록 지원하겠다. 권역별로 지역 거점대학을 명문대학으로 육성하고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 후보는 지방대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양한 유형으로 특성화시키는 방안이다. 지방 특화 산업들과 연계해서 학부나 학과별로 집중 지원하고, 서울 학생들도 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현 정부에서 강화된 고교 서열화 정책으로 자율형 사립고, 외국어고 등이 확대되면서 일반계고(인문계고)의 슬럼화가 위험 수준이다. 자사고 등의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은.
"과학고ㆍ외국어고ㆍ국제고 등은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당초의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엄격하게 관리 감독해야 할 것이다. 자사고를 지나치게 확장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폐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에서 일반고가 이류 학생들의 공화국처럼 됐는데 일반고를 살리는 쪽에 비중을 두겠다."
-대입제도 개선 대책은.
"성적만 높은 학생들 대신 잠재력과 소질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한다는 입학사정관 제도의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입학사정관에 대한 직무교육을 강화하고, 학생 선발과정에서의 공정성을 확보해서 국민 모두가 믿을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위주로 전형요소를 단순화하겠다. 또 한국형 공통원서접수시스템을 구축해서 수험생들이 여러 대학을 지원하더라도 지원서는 한 번만 내면 되도록 바꾸겠다.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원서접수에 들어가는 전형료도 줄일 수 있고, 수험생들의 불편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는 유지하나.
"학업성취도평가는 최소한의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들에 대해 보충지도를 학업성취도를 높이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강제 보충수업 등 부작용이 부각돼 왔다. 초등학교는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중고등학교는 유지하되 단계적으로 대상을 줄여나가는 것을 검토하겠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 대입에 반영하도록 하는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동안 학교폭력에 너무 관대했던 사회 분위기가 오히려 학교폭력을 키워왔다는 의견도 많다. 학생부 기재는 학교폭력 재발방지 효과가 있다. 다만 학생들의 미래를 가로막아서는 안되기 때문에 가해 정도가 경미한 학생의 경우 진학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학생부 기재 기준을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립대 연합체제로 대학의 서열화 완화"
文캠프- 김진경 공감2본부 부본부장
'외국어계열 50% 진학' 기준 위반하면 외고 폐지
국제고도 정리할 수밖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의 김진경(59) 공감 2본부 부본부장(참여정부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은 참여정부의 시행착오를 토대로 국립대 연합체제(통합네트워크)가 박근혜, 안철수 후보측의 특성화 혁신대학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어고의 경우, 외국어계열 50% 진학 등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반값 등록금 정책에서 다른 후보와 달리 국립대 우선을 내걸었다.
"(전체 대학에 적용하기에는)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내년에는 국공립대, 2014년도에는 사립대 반값등록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사립대의 명목등록금 인하를 유도할 방법은.
"대학별 등록금심의위원회의 구성과 권한을 강화하고, 등록금 표준인상률을 준수하는 대학에만 정부 교부금을 주는 '등록금 상한제'를 통해 등록금을 정상화한 후에 반값등록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대학구조개혁도 병행 추진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 방안은.
"부실 학사운영, 부패사학 등에 대해서는 대학 자율구조개혁 기간을 지정해 개혁을 유도한 후, 개선되지 않을 시 퇴출경로를 밟도록 하겠다. 전체 대학 중 국공립 대학의 학생 수 비중을 확대하고 원하는 사학은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전환하겠다. 한계에 이른 전문대와 사립대는 각각 고교생을 위한 전문 직업교육기관과 평생교육 기관으로 전환하겠다."
-국립대 연합체제를 공약했는데, 그 내용과 필요성은 무엇인가.
"심각한 학벌주의와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고 지방대학 육성을 통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각 국립대학이 일정 영역에서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게 하는 것이다. 서울대도 특정 영역에서 경쟁상대가 생기는 것이므로 서울대 강화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박근혜, 안철수 후보 측의 혁신ㆍ특성화 대학과 비교한다면.
"노무현 정부에서 대학특성화 투자를 많이 했는데 성과가 없었다. 대학 상호 지원체계가 이뤄진 상태에서 재정지원이 들어가야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시행착오 끝에 내놓은 안이다. 어떤 대학이 특정 영역을 특성화할 때 다른 대학이 지원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정책 추진해보니 사립대는 통제 수단이 없어서 국립대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외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기준은.
"예를 들어 외고는 외국어계열 50% 이상 진학 등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일반고로 전환시킬 수 있다. 국제고는 공교육의 일반 원칙에 의해 정리하는 수밖에 없다."
-대입 전형 개선안은.
"현재 3,289가지나 되는 복잡한 대학입시전형을 4가지 트랙으로 단순화하겠다. 수능만으로 선발, 내신만으로 선발, 특기적성 선발, 기회균형 선발(사회균형 선발 포함)로 정리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은 기회균형 선발에만 적용할 것이다. 또 대학입학지원처(가칭)를 상설기구화해 우선 대입 단순화를 추진하고, 학생들이 원서를 한 번만 내도 일괄처리할 수 있는 온라인 입학지원시스템도 개발하도록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능은 자격 시험화하겠다."
-초ㆍ중ㆍ고생의 국가수준성취도평가 폐지 여부에 대한 의견은.
"표집조사로 전환하겠다."
-진로 모색기를 주겠다는 '행복한 중2 되기 프로젝트' 공약은 덴마크랑 비슷하다. 구체적 방법은.
"대학생들이 배낭여행을 하듯 중고교에도 도전과 성취를 맛보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가장 힘든 것은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인데 아직 얘기하기는 이르다."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대한 의견은.
"낙인을 찍는 것은 곤란하다. 그에 상응하는 봉사 활동 등 방법이 있다."
"지역 고용할당 강화… 거점대학 10개 육성"
安캠프- 조영달 교육포럼 대표
외고·자사고 우선선발 폐지
일반고처럼 추첨제 전환 땐 학교 수 크게 줄어들 것
무소속 안철수 후보 캠프의 조영달(52) 교육포럼 대표(서울대 사회교육학과 교수)는 "교육은 일자리, 외교, 안보 등에 이어 3~4번째 우선 순위"라며 "국가가 교육의 복지와 정의를 실현해 실업 불평등 등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서열화 완화와 대학경쟁력 강화 정책은.
"지역 거점 대학을 10개 이상 만들겠다. 한 대학에 1년에 1,000억원씩 10년간 1조를 투자하면 된다. 지역 산업구조와 맞춰 특성화 혁신대학으로 키울 것이다. 사립대도 포함된다. (문재인 후보의) 국립대학 연합체제는 너무 국가지형적이고 학문 성장에도 좋지 않다. 대신 학력 학벌 출신지 성별 인종 등 차별금지법을 제정해 임금격차를 해소하면 4~5년 지나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공공부문 지역고용할당제를 의무화하고 균형고용법도 제정하겠다."
-단기 대입 개선책으로 내놓은 한국형 입학사정관제?무엇인가.
"기능을 재편한다는 뜻이다. 공정성을 강화하고 고교 수준을 넘는 스펙은 제출을 금지할 것이다. 기회균등선발을 20%로 확대할 예정인데(현재는 7%) 여기에 활용할 수 있다."
-대입 개선에 대한 장기적인 구상도 있다고 들었다.
"고교 체제를 확실하게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고교 현장이 위험하다. 제자들이 더 이상 보람을 찾을 수 없다며 교직을 떠나고 있다.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반 이상의 학생들이 버려지는 상황이고, 이런 식으론 한국사회의 장래가 없다. 비공식적으로 확인해보니 고졸 후 취업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은데, 고졸 후 직종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간 국가부담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대학과정에 해당하는 4년 동안은 고졸 취업자 중 병역을 연기할 수 있도록 병역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그러면 대학도 신입생이 줄어 조정을 받고 대입 전형도 바뀔 것이며, 반값등록금도 해결이 쉬워지는 선순환 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외국어고, 자사고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는데.
"추첨제로 전환하고 일반고와 똑같이 지원하면 학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안 후보는 결정하면 꼭 한다. 원래 외고, 자사고 논리가 일반 학생을 뽑아 특성화된 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니 학교 측도 반발할 논리가 없을 것이다. 절묘한 안이라고 생각한다. 과학고, 영재학교는 졸업장을 발행하는 학교가 아니라 우수 학생들을 1년 단위로 교육하는 위탁 기관으로 만들겠다."
-반값 등록금 적용 우선순위는.
"국립이든 사립이든 같이 가야 한다. 소요 예산이 7조 이상이어서 일시에 하기엔 부담이 크다. 2014년부터 소외취약계층 자녀와 전문대학, 2015년부터 지방대ㆍ이공계, 2016년에는 지방대 전체, 2017년에는 수도권 전체로 확산시켜 나가겠다."
-대학 구조조정 방안은.
"부실한 사립대를 정부책임형 사립대학으로 흡수해서 운영관리를 정부가 맡겠다. 정부책임형은 사립대의 자산은 남되 필요한 지원과 관리 운영은 정부가 하는 것이다."
-지금도 정부가 재정지원 제한 등 하고 있는데.
"정원 조정 등 지금보다 훨씬 큰 권한을 정부가 갖게 된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부 기재에 대한 의견은.
"교사가 교육적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기재할 수는 있으나, 강제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의 개편 방향은.
"현 방식은 폐지하고, 최소학력기준만 설정해서 합격·불합격만 체크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전수조사는 하지만 비공개다. 학교는 기준 이하 학생들에 대해 책임 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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