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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가 검찰 권한이라지만… "검사 엮일때마다 가로챌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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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지휘가 검찰 권한이라지만… "검사 엮일때마다 가로챌건가"

입력
2012.11.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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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경찰이 현직 검찰간부의 금품수수 등 비리 의혹을 놓고 동시에 수사를 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특임검사라는 카드를 빼든 검찰이 11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수사를 선점하자, 당초 이 검사의 비리 의혹을 내사해온 경찰은 김기용 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계속 수사" 방침을 밝히며 맞불을 놓았다.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특임검사가 결국 수사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검찰이 경찰의 수사를 빼앗는 모양새에 대해서는 '제식구 감싸기' '수사 가로채기'라는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검찰이 이같은 부담을 무릅쓰고 이번 사건을 맡겠다고 나선 것은 현직 검사가 경찰에 소환돼 사법처리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벗어나 보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어차피 해당 검사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면 형사소송법상 하급기관인 경찰의 조사를 받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중견 간부는 이를 "군대에서 지휘관이 병사에게 조사를 받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유했다. 물론 검경을 이런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비유하는 것은 경찰로부터 "검찰이 여전히 전근대적인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질타를 받는 대목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뿌리 깊이 남아 있는 정서다. 김수창 특임검사가 이날 '검사는 의사, 경찰은 간호사'라는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검찰은 경찰보다 강도높은 수사로 해당 검사의 비리를 드러냄으로써 여론의 불신을 만회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역력하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여론 때문에라도 특임검사가 경찰보다 훨씬 세게 수사할 것"이라며 "'제 식구 감싸기'는 자살행위라는 사실을 검찰도 잘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저 검사'와 '벤츠 여검사' 사건 등 앞서 특임검사가 지명됐던 수사팀의 검사 수가 4, 5명이었던 데 비해 이번 특임검사팀이 검사 10명의 매머드급 규모로 구성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검찰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경찰이 이번 사건을 수사권 조정을 위한 여론몰이로 이용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특임검사의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일단 특임검사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특임검사의 수사 착수 이후 경찰이 수사 개시 보고를 했기 때문에 그간의 경찰 수사는 '내사'에 불과하므로 '이중 수사' 상황은 검찰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같은 사안에 대해 경찰과 별도로 수사에 착수한 데 대한 논리로는 지나치게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해당 검사의 차명계좌 소유주를 입건한 지난 2일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검찰 논리를 반박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지휘 대통령령' 제78조1항은 동일한 사건을 2개 기관이 수사해 사건 관계인의 인권이 침해될 우려가 현저할 때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도록 지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중수사 문제는 향후 인권침해 등 문제가 없도록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수사지휘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검찰이 이 조항을 적용해 사건을 특임검사에 이송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를 하다 보면 검사가 걸려들 수도 있는데 그때마다 특임검사를 지명할 셈인가"라고 비꼬았다.

두 기관의 갈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선은 검찰 쪽에 싸늘한 편이다.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해도 검찰이 경찰 사건을 가져온 것은 분명한 만큼 검찰을 보는 시각이 우호적이지는 않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특임검사 지명이 위법한 것은 아니어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결국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특임검사가 아무리 공명정대하게 수사를 했다고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나왔다면 오히려 환영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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