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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로 옷벗은 CIA 국장… 대선 前 '쉬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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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로 옷벗은 CIA 국장… 대선 前 '쉬쉬' 논란

입력
2012.11.1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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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전격 사임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확정 직후 일어난 일이어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9일 CIA 직원들에게 “백악관에 개인적 사유로 사임하겠다는 뜻을 전했으며 대통령이 사의를 받아들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는 “37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외도를 저지르면서 극도의 판단력 부족을 드러냈다”며 “이런 행동은 남편으로서, 조직의 지도자로서 용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미 육군사관학교 생도 시절 당시 육사 교장이었던 윌리엄 A 놀튼 장군의 딸인 홀리와 결혼해 1남 1녀를 두고 있다. 홀리는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개혁을 위해 신설한 소비자금융보호국에 재직 중이다.

언론은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외도 대상으로 올해 초 그의 전기 ‘올인 : 퍼트레이어스 장군의 교육’을 출간한 작가 폴라 브로드웰을 지목했다. 브로드웰은 미 육사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공공행정분야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예비군 정보 관료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기혼자인 그는 전기를 쓰는 과정에서 퍼트레이어스 국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지난해 9월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CIA 수장에 올라 1년여간 CIA를 이끌어 온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오바마 집권 2기에도 유임될 것이 유력했기 때문에 이번 일은 워싱턴에 큰 충격을 주었다. CIA 국장은 당분간 마이클 모렐 부국장이 대행한다.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37년간 군에 복무한 4성 장군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7, 2008년 이라크전 사령관을 지냈고 2010년에는 아프가니스탄전을 진두 지휘한 ‘전쟁 영웅’이다. 정치권에서는 민주·공화 양당의 신뢰를 받아 차기 대선 주자로 종종 거론됐으며 이번 대선에서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사임은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발단은 엉뚱하게도 브로드웰의 협박 편지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브로드웰이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측근인 한 여성에게 협박 편지를 보냈고 이 여성이 FBI에 신변 보호 요청을 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브로드웰의 이메일 계정에서 퍼트레이어스 국장과 주고 받은 메일을 발견한 FBI는 해킹 혹은 기밀 유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이메일 계정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외도 사실이 드러나자 FBI는 이를 제임스 클래퍼 미 국가정보국 국장에게 대선날인 6일 알렸다. 클래퍼 국장은 퍼트레이어스 국장에게 “사임하는 것이 옳다”고 충고했고 7일에는 백악관의 정보 담당 직원에게도 귀띔했다.

백악관과 정보 당국은 “보안 문제나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범죄 혐의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매우 개인적인 일”이라고 일축했지만 하필 대선 직후에 터졌다는 점 때문에 정치적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의원들은 “FBI가 몇 달 동안 조사를 하면서도 그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다가 대선이 끝난 후 밝힌 이유를 대라”며 들고 나섰다. 9ㆍ11 테러 11주기에 일어난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 공격 때 CIA의 부실 대응 논란에 대한 의회 공청회가 15일로 예정된 것도 논란을 불지피고 있다. 퍼트레이어스 국장은 이 자리에 출석해 해명할 예정이었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 피터 킹 의원은 “퍼트레이어스 국장만이 벵가지 공격의 진실을 알고 있다”며 “사임으로 곤경을 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번 스캔들이 대선 일주일 전 터졌으면 오바마가 허리케인 샌디에 잘 대처한 일은 덮여버렸을 것”이라며 “공개를 늦춘 사람과 그 이유는 계속 논란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로드웰의 협박 편지를 받은 여성의 신원과 편지의 내용이 확인되지 않은 점,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불륜 사실을 발각한 것이 CIA와 경쟁 관계인 FBI라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조사 과정에서 불륜 외에 퍼트레이어스 국장의 부적절성을 드러내는 다른 증거가 나왔을지 모른다는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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