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지적재산권을 협상주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공적 한중FTA 협상을 위해서는 한미FTA의 경험에서 배울 점들이 많은 것 같다.
FTA가 이루어지면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된다고 해도 다른 한편으로는 손실이 발생하는 분야가 존재한다. 한미 FTA의 경우 지재권 분야가 바로 그러한 분야에 속한다. 지재권 보호제도는 기술 발명자에게 독점적 사용권리를 줘 이익을 얻게 해 새로운 기술개발을 촉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기술수준이 낮고 특허를 많이 갖고 있지 못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지재권 보호 수준이 낮은 것이 오히려 더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지재권 보호를 느슨하게 하는 경향이 생긴다. 현재 지재권 보호 수준이 높은 선진국도 이전에는 보호수준이 낮았다가 점점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수년간 끌어온 한미FTA 지재권 협상에서 한국은 거의 일방적으로 수세적 입장이었다. 미국은 한국보다 더 강한 보호제도를 가지고 있기에 이 수준을 한국이 받아들이라고 요구했고 한국 측은 어떻게 하면 이를 최대한 덜 받아들이고 적절한 선에서 막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과제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지재권 협상과 관련해서 많은 반대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근거로 사용된 것이 WTO가 출범할 때 세계은행이 출간했던 한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는 WTO 가입시 의무사항인 무역관련지재권(TRIPs)협정을 이행할 경우, 세계 각국 중에서 손실이 가장 큰 국가가 한국이고 그 크기도 상당한 것으로 보고됐다. 그런데 이를 계산했던 미국의 경제학자를 개인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어 이에 대해 자세히 물어본 적이 있는데 이 계산이 너무 과대 추정되었다는 답변을 들은 바 있다. 이후 필자는 한미FTA 지재권 협상의 경제적 효과를 실제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특허제도가 변화해도 손실의 크기가 예상보다 작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이러한 한미FTA 경험은 앞으로 전개될 한중FTA 지재권 협상을 앞두고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로, 협상과정에서 한국은 한미FTA 협상에서의 미국과 비슷한 입장에서 주장하게 될 것이 예상된다. 즉, 한국의 보호수준에 맞도록 중국의 지재권 보호수준을 높이라고 요구하고 중국은 대체로 이러한 요구를 최소한으로 수용하고자 할 것이다.
둘째로, 협상에서의 관심 분야는 한미FTA와는 조금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의 경우에는 특허제도를 중심으로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한중 관계에서는 상표 침해가 더 중요하다고 보여진다. 또한 저작권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처럼 공세적일 수만은 없다. 중국의 문학이나 예술관련 저작권이 한국보다 더 적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셋째로, 제도 변화보다도 지재권 보호의 실행방안에 대해 더 집중해야 한다. 과거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던 국가들이 선진국과 똑같은 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단속 등 집행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도 이미 2002년부터 WTO 회원국이기 때문에 제도상으로는 상당한 보호수준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서 지재권이 제대로 보호되려면 중국 정부의 의지가 더 중요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의 태도나 중국 시장 현실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은 상당히 다르다. 또한 마티즈와 꼭 닮은 자동차, 심지어 애플스토어와 똑같은 '짝퉁' 가게가 있고 그 점원조차도 진짜 애플스토어인 것으로 믿고 있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이러한 것들은 제도상으로는 이미 다 갖춰져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 시장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돌이켜보면 한미 FTA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거의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가짜 상표나 저작물의 복제 문제는 이미 상당히 오래 전에 거의 해결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한중 협상에서는 관련 국내 기업이나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협상 주제를 정하되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어떻게 지재권 보호를 실행하느냐 하는 집행 문제에 대해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오근엽 충남대 경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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