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법 역사상 최초로 '찾아가는 법정'이 오는 26일 전남 고흥군에서 열린다. 고흥군 방조제 건설에 따른 담수 유출로 어장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환경사건 전담 재판부가 있는 서울지역 법원에 소송을 냈으나, 지리적으로 먼 거리에 거주하는 원고들이 생업이 바빠 법정에 오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재판부가 직접 현장을 찾아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로 한 것이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홍기태)는 전남 고흥군 앞바다에서 양식장과 조개류 채취를 하는 어촌계 10곳 등이 고흥군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현장검증을 26일 고흥군 앞바다에서 한 뒤, 광주지법 순천지원 고흥군 법원에서 첫 변론기일을 연다.
재판부는 해상 현장검증이 필요하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직접 배를 타고 나가 피해 어장을 육안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이어 인근 법원에서 변론기일을 열고 각 어촌계 대표자 10여명의 의견을 청취할 방침이다.
고흥군은 1992년 정부의 농지관리기금 4,000억여원을 지원받아 도덕면 용덕리 앞바다의 공유수면 3,100ha를 매립하고 2.8km 길이의 고흥만 방조제를 1995년 완공했다. 하지만 어민들은 이 방조제에 설치된 배수갑문을 통해 방조제 안쪽의 오염된 담수가 바다에 수시로 방류되는 탓에 해양 생태계가 교란돼 2005년 무렵부터 어획량이 급격히 줄었다며 방조제를 만든 고흥군과 비용을 댄 정부를 상대로 2007년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어민들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여 72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고흥군과 정부는 "피해 정도에 대한 감정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재판부는 현장에서 방조제 배수갑문 설치가 어민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입혔는지, 1심의 피해 감정이 객관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법원 관계자는 "방조제의 담수 방류가 어장에 실제로 피해를 줬는지 재판부가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어 현장 재판을 열기로 했다"며 "어민들과 고흥군 모두 주소지 근처의 법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 수 있게 돼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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