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 BBC방송의 조지 엔트위슬 사장이 취임 2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최근 BBC가 자사의 간판 진행자였던 지미 새빌의 성폭력 사건을 은폐한 일이 밝혀진데다 정치권 고위 인사가 아동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오보를 내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책임을 진 것이다.
10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엔트위슬 사장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몇 주간 잇따라 발생한 BBC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날 사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엔트위슬 사장이 9일 대국민 사과에서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하면서도 사임은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책임 논란이 불거지자 물러났다고 전했다.
BBC는 간판 뉴스 프로그램 '뉴스나이트'에서 1980년대 어린이 보호시설에서 보수당의 고위급 인사에게 수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한 남성의 인터뷰를 2일 내보냈다. 뉴스나이트는 가해자 신원을 감췄으나 보도 직후 인터넷에는 가해자가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측근인 알리스테어 맥알파인이라는 추측성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맥알파인은 이를 강력 부인했고 성폭력 피해를 주장한 남성도 자신의 실수라고 인정해 기사는 오보로 판명됐다.
BBC는 지난해 10월 84세 나이로 세상을 떠난 새빌의 성폭력 사건을 덮으려 했던 사실도 최근 발각돼 전현직 임직원들이 수사를 받고 있다. 영국I TV 방송은 지난달 초 특집에서 새빌의 성폭력 사건과 BBC의 은폐 의혹을 처음 보도했다.
1970년대 BBC 대표 진행자로 기사 작위까지 받은 새빌은 당시 인기를 이용해 십대 소녀들에게 방송국 분장실 등에서 수백 차례 성폭력을 했다. BBC 스태프들은 새빌에게 소녀들을 주선했으며 BBC 간부들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했다. BBC는 새빌 사망 직후 뉴스나이트에서 취재한 그의 성폭력 사실을 지난해 12월 보도하려다 중지하고 대신 새빌의 헌정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BBC는 파문의 진화를 위해 지난달 22일 뉴스나이트의 책임자를 해임했다. 새빌의 친척들도 지난달 28일 공개 사과했다.
가디언은 "엔트위슬이 사장 취임 전 새빌 헌정 방송을 총괄하며 이 같은 일을 알고 있었는지, 엔트위슬 직전 BBC 사장으로 현재 뉴욕타임스(NYT) 사장인 마크 톰슨도 이 일을 알고 있었는지 등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건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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