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가 어제 막을 내렸다. 두 달이나 이어지는 행사였지만, 광주에 살고 있으면서도 내내 시큰둥했다. 이번 전시에 대한 혹평을 몇 차례 접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저 나는 시장 복판처럼 어수선해지기 일쑤인 대규모 전시회를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폐막을 하루 앞두고서 전시장을 찾았다. 며칠 전 오후 시장에 들러 자반고등어 한 손을 산 까닭이다.
퇴락한 상권이 되어버린 재래 시장은 언제나 그렇듯 한산했지만, 비엔날레 출품작 몇 편은 특별히 이 곳에서 전시되는 중이었다. 작품들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이 쪽 골목으로 접어든 후 좁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으슥한 지하에 한 작품, 저 쪽으로 길을 틀어 아슬아슬한 철제 계단을 오르면 사방 누렇게 뜬 벽지와 시멘트 맨바닥의 공간에 또 한 작품.
고등어가 든 검은 비닐 봉지를 한 손에 들고 소머리 국밥집과 정육점과 야채 가게를 지나 나는 보물 찾기하듯 골목골목을 찾아 다녔다. 아무도 없는 전시실에 느긋이 앉아 십분 혹은 이십 분씩 멍하니 있다가 나왔다.
나를 비엔날레의 주 전시장으로 향하게 한 건 시장에서의 그 오후, 그 분위기였다. 삶의 공간에 조용히 안겨 있는 작품들의 생기였다. 때로는 이런 식으로 발길이 이끌리기도 한다. 갤러리처럼 고즈넉하니 한적하던 시장과 달리 전시장은 역시나 시장 복판처럼 북적였지만. 이 북적임 속의 작품들에서는 시장통의 고요한 생기를 찾을 길이 없었지만.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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