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사, 영양사 등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음으로 하루 파업에 나선 9일 학교 현장에서는 우려할 정도의 혼란은 없었지만 곳곳에서 '점심도시락 소동' 이 빚어졌다. 더욱이 처우개선에 소극적인 교육당국에 맞서 이달 중순 강도 높은 2차 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9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초등학교. 학생들은 보온도시락이나 김밥 등이 담긴 봉지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등교길에 올랐다. 학교가 전날 "파업으로 급식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도시락을 준비해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보온도시락을 싸 들고 등교한 이규리(12)양은"엄마가 일하지 않는 애들은 대부분 엄마가 싸왔고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은 김밥을 싸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점심도시락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리원 6명 등 모두 10명이 파업에 참여한 서울 금천구 독산동 가산중학교는 사전에 도시락을 싸줄 것을 고지했지만 전교생 670여명 중 200명 정도만 도시락을 싸왔다. 이 학교는 중식지원대상인 학생들(229명)에게는 쿠폰을 지급해 매점에서 빵, 우유, 라면 등을 사먹도록 했다. 서울 구로구 한 중학교도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학생들에게 김밥 2줄씩 나눠줬다.
학부모 단체협의회는 이번 파업과 관련 "학생들의 급식을 볼모로 목적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비교육적인 행위"라며 "파업 재발 시 도시락 공동구매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전국 3,443개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 1만5,987명이 출근하지 않았다. 15만명으로 추산되는 전국의 학교 비정규직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문제는 앞으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서울 광화문 교육과학기술부 등에서 집회를 열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를 줄이는 호봉제 도입 ▦교육현장의 상시적 근로자를 정규직화하는 '교육공무직법안' 제정 등을 요구했다. 이시정 전국 학교비정규직노조 연대회의 사무처장은 "일단 호봉제 도입이라도 이뤄져야 하지만 교육당국이 정식 노사교섭을 회피하며 구체적인 도입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의 요구도 들어주지 않을 경우 11월 중순쯤 고강도의 2차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엄청난 예산을 이유로 즉각적인 호봉제 도입에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올해 1,563억원을 투입해 교통보조비 등 7개 수당을 신설해 인건비를 인상했다"며 "학교직원처우개선 및 고용안정대책 TF를 구성해 합리적인 보수수준을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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