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미국의 외교ㆍ안보 지도부가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ㆍ태평양지역을 순방키로 해 지도부 교체 과정에 있는 중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동남아시아 3개국을 선택해 '중심축의 아시아 이동'이라는 외교정책 기조를 집권 2기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의 우방인 미얀마와 캄보디아를 방문키로 해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오바마의 순방 일정 중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미얀마 방문이다. 수십년 동안 미얀마 군사 정권에 경제제재를 해온 미국이 지난해 미얀마 첫 민간정부를 표방하는 테인 세인 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불과 1년여 만에 경제제재 해제와 국교정상화 등의 조치를 취한 뒤 정상외교까지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 교두보라는 미얀마의 지정학적 위상 때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미얀마는 천연가스와 원유, 목재 등 막대한 자원을 갖고 있으며 인구 또한 6,000만명에 육박해 내수시장의 잠재력도 풍부하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오바마에 앞서 호주, 태국,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오바마 집권 2기의 아시아 정책이 외교와 경제를 넘어 군사적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6월 이후 세번째 아시아를 순방하는 패네타 장관은 군 수뇌부와 함께 호주에서 장관급 정례회의를 갖는다. 미국은 최근 호주 북부 다윈에 미 해병대 및 공군을 배치했다. 패네타 장관은 이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확대장관회의에서 미얀마 국방장관과 회담키로 했다. 이와 관련,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은 "클린턴 장관과 패네타 장관의 아태 방문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중국은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미얀마가 최근 미국 등 서방과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경화시보(京華時報)는 9일 미얀마 정부 고위 관계자가 오바마 대통령이 미얀마를 방문한다고 밝혔다며 미국 대통령이 미얀마를 찾는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환구망(環球網)도 로이터통신과 BBC, LA타임스 등을 거론하며 오바마 대통령의 미얀마 방문은 이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서방 매체의 보도가 있다고 전했다. 환구망은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낸 뒤,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 회귀를 선언하고 중국 포위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단체들은 정치범 구금 등 미얀마에서 인권 탄압이 여전하다며 오바마의 방문을 비판했다. 톰 말리노프스키 휴먼라이츠워치 워싱턴 책임자는 "미얀마 정부가 정치범 석방 등 획기적 조치를 내놓도록 미국 정부가 압박할 수단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 12명은 "캄보디아는 훈센 총리가 27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는 권위주의 정부"라며 오바마가 캄보디아 방문 때 인권 문제를 거론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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