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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나를 달래려 쓴 글이 큰 상 안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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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나를 달래려 쓴 글이 큰 상 안겨줘"

입력
2012.11.0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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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후 비정부기구(NGO) 홍보담당자로 3년을 일한 후, 사표를 썼다. 수필집을 내고 싶었지만, 국내에서는 시인이나 소설가로 먼저 등단해야 수필집이 팔린다는 말에 처음 쓴 소설로 창비 신인상을 수상했다. 역시 처음 투고한 장편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한수산, 이문열 등 쟁쟁한 문인을 배출한 공모전 성격의 문학상이다. 본업은 소설가, 부업은 가수로 인디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리스트로 활동한다. 13일 대선 후보 야당 단일화를 촉구하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 '작가행동 1219'의 북콘서트에서 김치공장 노동자들의 비애를 담은 노래 '아임 낫 어 김치'를 부를 예정이다.

신인작가 최민석(35) 씨의 이력을 들으며 '작품보다 작가의 삶이 더 소설같다'고 생각하는 찰나 최씨가 말했다. "신작은 어떤 의미에서 자전적 소설이라 할 수 있어요."

수상작 (민음사 발행)의 주인공 남루한 역시 신인작가. '전통 있는 문학 출판사'에서 등단했지만 이렇다 할 작품을 내지 못했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야설'을 쓰고 있는 작가다. 10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위해 2,000만원이 필요했던 남루한은 아버지의 소개로 자신을 '매미 초능력자'라고 떠들고 다니는 전 WBA복싱세계챔피언 공평수의 자서전을 쓰기로 한다.

소설보다 영화로 서사 공부를 한 최민석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와 능청스러운 입담. 신인 작가의 찌질한 생활과 남루한이 쓴 야설의 내용, 공평수의 어의없는 행동이 맞물리며 소설은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최씨는 "우울할 때 저를 달래기 위해서 쓴 소설"이라며 "실제로 순문학을 쓰는 '최민석'과 통속소설을 써서 먹고 사는 '최세속' 두 필명으로 활동하려고 생각하던 때, 오늘의 작가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작가의 사뭇 진지한 각오는 소설의 2부에서 전개된다. 세상의 평가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 자신만의 목표를 이루겠다는 공평수의 모습에서 남루한은 '삶의 근육에 다시 긴장을 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발견하고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회복한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공평수가 남긴 한줄기 페이소스가 남는다. '비운의 선수, 게으른 천재, 시대가 몰라본 선수, 이런 말 들으면서 자위할지도 모르지. 그건 정말 허망한 자위일 뿐이야.'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공평수를 통해 저자는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스펙'만 따지는 사회를 향해 통렬한 펀치를 날린다.

최씨는 "실제로 작가적 고뇌가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소설을) 쓰면서 작가의 자의식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영화 '그을린 사랑' 같은 우아하고 질 높은 소설을 쓰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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