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양복'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넓은 어깨의 수트와 통 넓은 바지, 무채색의 획일적인 패션? 그렇다면 이미 나이 지긋한 아저씨 축에 든다고 봐야 한다. 요즘 20~30대 젊은이들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외모 가꾸기에 열심인 그들은 운동으로 날렵해진 몸에 꼭 맞는 이른바 '슬림핏'과 화려한 색상을 선호한다. 경기 침체로 살림살이가 어렵다지만 마음에 드는 양복이 있으면 과감히 지갑을 여는 게 그들이다. 그래서 남성복 시장은 요즘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외모에 유별나게 관심을 쏟는 남성들의 출현은 남성복 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는데,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캐주얼 정장의 보편화다. 우선 색상이 빨강, 주황 등 유채색 계열로 바뀌었다. 디자인도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 신체별 치수를 다양화 하거나 얼굴형에 따라 양복 깃의 모양과 각도를 세분화하는 등 디테일에 신경쓰기 시작했다. 5년 전만해도 일반 양복이 전체 브랜드 매출의 60%를 차지했지만, 2,3년 전부터 슬림핏 열풍이 불면서 캐주얼 양복이 70%를 넘었다. 이에 따라 LG패션은 올 9월 남성복 브랜드 마이에스트로를 재편, 캐쥬얼 전문 '일꼬르소 델 마이에스트로'를 탄생시켰고, 제일모직의 로가디스 역시 캐쥬얼 의류 비중을 늘렸다.
정장에 더해 패션을 완성시키는 맞춤형 아이템을 가미하는 이른바 '패션 토털화'도 시작됐다. 상하의를 한번에 구매하던 과거와 달리 서로 다른 의상을 맞춰 입으면서 액세서리 착용 폭을 넓히는 것. 2003년 출시한 중저가 남성복 브랜드 STCO는 2006년부터 재킷, 코트류를 더했고, 최근에는 구두, 벨트, 가방 라인도 추가했는데, 액세서리 매출 비중이 50%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유통업체들도 이런 흐름을 놓칠 리 없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점에 국내 최대 규모의 남성전문관 '맨즈퍼니싱'을 열어 셔츠는 물론 지갑, 안경 등 액세서리까지 한 공간에 모았다. 또 20~30 젊은 남성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맨온더분'을 통해 의류뿐만 아니라 문구, 전자제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 30대 젊은 남성들이 요즘 불황에 빠진 패션업계를 떠받치는 버팀목으로 여겨질 정도"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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