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투기가 1일 페르시아만에서 순찰 중인 미국 무인기에 발포했다고 미 국방부가 8일 밝혔다. 무인기를 맞히지는 못했지만 양국이 이란 핵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이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 전투기가 미국 무인기에 발포한 것은 알려진 바로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조지 리틀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1일 오전 8시50분 이란에서 16해리(약 29.65㎞) 떨어진 국제공역에서 이란 전투기 2대가 순찰 업무 중인 미국 무인기 프레데터를 향해 최소 두차례 기관포를 발사했다"며 "미국 무인기는 이란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는 미국의 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외교에서 군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옵션을 갖고 있다"고 말해 군사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이란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언론과 인터넷을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보통신기술부 장관 등 4명과 언론감독위원회 등 5개 기관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로이터통신은 "핵프로그램을 둘러싼 이란과 미국의 갈등이 한층 고조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란의 발포를 단순 경고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 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인기의 속도가 전투기에 비해 현저히 느린 사실을 지적하며 "이란 전투기가 실제로 (무인기를) 격추시킬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발생 일주일 만에야 외부에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틀 대변인은 "무인기 정찰이 비밀 업무에 속하기 때문에 곧바로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한 뒤 미국이 이란 주재 스위스대사관을 통해 이란 정부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6일 치러진 미 대선에 영향을 줄까 봐 미국 정부가 일부러 침묵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이번 사건을 사전에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대선 전 무인기 피습 사실이 알려졌다면 오바마 정부의 취약함을 드러내는 빌미가 됐거나 반대로 강력한 리더십을 뽐내는 기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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