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인도 청년 수실 쿠마르(29)는 영화같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됐다. 인기 퀴즈쇼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에 출연한 그는 13문제를 모두 맞춰 5,000만루피(100만달러ㆍ11억3,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인도 동북부 비하르주 시골마을 모티하리 출신으로 당시 지방정부 계약직 직원이었던 쿠마르의 한달 수입은 6,000루피(13만5,000원) 정도였다. 상금은 그의 800년치 수입과 맞먹었다. 그의 사연은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 8개 부문을 수상한 대니 보일 감독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닮은꼴로 인도뿐 아니라 각국에서 화제가 됐다. 영화는 퀴즈쇼 출연으로 순식간에 밀리어네어가 된 주인공의 이후 모습을 보여주지 않지만 현실에서 쿠마르의 삶은 계속되고 있다. BBC방송이 최근 쿠마르의 후일담을 전했다.
쿠마르는 여전히 모티하리의 고향집에서 살고 있다.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방 4개가 있는 집에는 쿠마르와 부인, 부모님 외에도 4명의 형제와 그 가족까지 11명이 함께 산다. 낡은 집 벽에 붙어 있는 퀴즈쇼 진행자이자 발리우드 스타 아미타브 밧찬의 포스터만이 1년 전 이야기를 상기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쿠마르의 삶은 천천히 변하고 있다. 쿠마르는 "경제적 문제가 100% 해결됐다"며 "기적 같은 일이고 신의 축복"이라고 말했다.
쿠마르가 상금으로 가장 먼저 산 것은 발전기다. 그는 "여기서는 매일 4시간씩은 전기가 끊긴다"며 "발전기를 산 후로는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인 퀴즈쇼와 뉴스를 보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컴퓨터도 샀다. 형제들의 빚을 갚아 줬고 아내에게는 액세서리를 사줬다. 가장 많은 돈은 현재 사는 집 근처에 짓는 새 집에 들어갔다. 그는 "방 9개 모두에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쿠마르는 지난달에는 스쿠터를 한대 장만했다. 고급 스포츠카를 사도 될 만큼 여유가 있지만 스쿠터로 만족했다. 그는 "천천히, 천천히, 나는 돈을 주의해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쿠마르는 지금까지 상금의 2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저축했다.
갑자기 부유한 유명인사가 되자 제안과 부탁도 쏟아졌다. 그는 "퀴즈쇼 출연 후 땅을 사라거나 수술비를 도와달라거나 하는 편지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요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있다. 그는 "한 명의 말을 들어주면 수천명의 사람들이 와서 부탁을 하게 된다"며 "남들 말을 들어주기에는 100만달러도 부족한 돈"이라고 말했다.
직장을 그만둔 쿠마르는 책을 읽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언젠가 대학에서 심리학 강의를 하고 싶다"며 "개인 도서관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퀴즈쇼에 나가기 몇 달 전 결혼한 쿠마르의 아내 시마는 곧 첫 아기를 출산한다. 시마는 "아기가 훌륭한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일확천금은 종종 사람을 확 바꾸곤 하지만 쿠마르는 많이 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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