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 사는 필자는 서해 NLL(북방한계선ㆍNorthern Limit Line) 문제에 민감하다. 인천지역에 불꽃놀이 축제라도 있으면 북한의 또 다른 공격으로 생각돼 불안해 하곤 한다. 그만큼 서해 NLL은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생명선이자 보루이다.
최근 NLL에 대한 논란이 수주째 그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이틈을 이용해 NLL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재설정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은 "북방한계선은 유엔군의 벙거지를 뒤집어쓰고 남조선을 강점한 미군이 우리의 신성한 영해에 제멋대로 그어놓은 불법무법의 유령선이다. 이 지역이 최대열점지역으로 공인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과 남조선 괴뢰의 북방한계선 고수책동 때문이다. 10·4 선언에 명기된 서해에서의 공동어로와 평화수역 설정문제는 북방한계선 자체의 불법 무법성을 전제로 한 북남합의 조치의 하나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한 남한 대선후보에 대해 "(그의)북방한계선 고수주장은 그 어느 것이나 예외 없이 북남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조차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면서 이미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은 더 이상의 군사분계선(MDL)이 아닌 것으로 정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이렇듯 NLL 문제를 들고 나와 남한의 대선정국에서 이슈를 선점하면서 남남갈등을 유발시켜 북에 호의적인 후보가 대통령에 선출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60년 동안 지켜온 서해 NLL을 북의 희망대로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으로 내줄 수 없다.
북한은 남조선을 무력으로 공산화시킬 목적으로 6ㆍ25 전쟁을 일으키고 3년만에 휴전을 하면서 육지 휴전선을 긋는 것에 전력투구했다. 당시 한반도 전역의 섬들을 점령했던 유엔군은 자진해서 북한지역의 섬들을 북한에 돌려주면서 남북간의 군사적 충돌을 억제할 목적으로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우도 등 서해 5도를 남한쪽으로 편입하고 이들 섬들과 북의 황해도 사이의 중간에 해상 군사분계선을 그은 것이 지금의 NLL이다.
1953년 7월 27일 공식 휴전이 선포되었고 8월 30일 마크 웨인 클라크 유엔군 총사령관이 NLL을 설정했다. 이후 NLL은 73년 9월까지 남북 사이의 특별한 마찰 없이 해상 경계선으로 기능했다. 그러나 73년 10월 이후 북한 선박들이 수 십차례 NLL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이후 북한은 서해 5도 주변수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관할이라고 주장하면서 이 수역을 항행하려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또한 북한은 99년 제1차 연평해전 직후인 그해 9월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했다.
제1차 연평해전의 보복을 노린 북한은 2002년 제2차 연평해전을 일으켜 우리 해군 6명이 전사했다. 2009년에는 대청해전을 일으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2010년 3월 백령도 인근의 천안함을 침몰시켜 해군 46명을 희생시켰다. 또 그해 11월 23일 연평도포격을 감행해 4명의 희생자를 냈다.
서해 5도는 말 그대로 한반도의 화약고이다. 그나마 이를 지키고 있는 것은 과거 60년 동안의 군사분계선인 NLL이다. 북의 요구대로 지금의 NLL을 무력화시키고 NLL을 남쪽으로 내려 서해 공동어로와 평화수역을 만든다면 인천항, 인천공항, 인천광역시, 경기도 등 수도권지역이 한순간에 위기지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수도권 지역 2,000만 주민들의 생명선이요 서해 군사분계선인 NLL을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북이 과거 50여명의 해군과 해병대, 민간인들을 무참히 살상한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이들에게 NLL의 경계마저 허물어 준다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김정은 체제유지가 최대의 관건인 북한이 NLL을 통해 자신들의 내부결속을 다지는 또 하나의 무모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우리는 쉽게 NLL 재설정 협상을 꺼내지 말아야 한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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