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 구상을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후보가 그제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대기업 순환출자 해소 방안이 그 동안 알려진 당론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 직접적 계기다. 박 후보는 "기존 순환출자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며 "의결권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발언은 신규 순환출자는 전면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강화해 간접 대응하겠다는 국민행복추진위원회의 공약(안)이나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의 입법안과는 뚜렷이 대조된다.
박 후보의 발언을 두고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즉각 불만을 드러냈다. 경제민주화 구상을 두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미 한 차례 심각한 갈등을 겪었던 그는 이번 논란에 다시 자신의 거취를 걸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실천모임 의원들도 경제민주화 의지의 퇴색과 그에 따른 지지표의 이탈을 강하게 우려했다. 실천모임은 지난달 현행 15%인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을 다시 5%까지 낮추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금산분리 강화 입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아직 구체적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국민행복추진위가 내놓을 공약도 방향은 같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박 후보의 발언은 이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더욱이 경제민주화와 경제성장을 함께 강조하기 시작한 최근의 자세 변화에 비추어 '우발적 실언'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논란이 물밑으로 가라앉은 당내 보수파와 개혁파의 갈등에 불을 댕길 수도 있다. 대선이 40일도 안 남은 마당이니 서둘러 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의 관심은 여당의 내부 갈등 자체가 아니라 경제민주화 구상의 분명한 내용에 있다. 그것이 명확해야 유권자들이 혼란에서 벗어나 야권 구상과의 차이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문재인 민주당 ㆍ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각각 밝힌 "대기업의 자율 노력을 지켜보고, 재벌개혁위원회에서 규제 방안을 만들겠다", "3년의 유예기간을 두겠다"는 구상이 후보 단일화와 병행해 조속히 통합돼야 하는 것 또한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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