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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생각만 하면 뚝딱… 3D프린팅 '제조학 개론'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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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생각만 하면 뚝딱… 3D프린팅 '제조학 개론' 다시 쓰다

입력
2012.11.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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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디지털 장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머릿속에 구상한 물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는 이 제조방식은 공장 대량생산에 기반한 사회체제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것으로 보인다. 19세기 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디지털 제조혁명 시대가 눈앞에 도래했다고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가 최신호(11ㆍ12월호)에서 전했다.

제조혁명의 청사진은 1980~90년대 미국에서 방영됐던 SF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엿볼 수 있다. 우주를 항해하는 지구함대 대원들은 유사시 특수복제기를 이용해 필요한 장비를 생각한 대로 만들어낸다. 이는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던 미국 드라마 A특공대(원제 The A-Team)의 네 대원이 잡동사니를 끌어모아 무기를 조립하던 장면과 대비된다. A특공대의 무대가 산업혁명 시대라면 스타트렉은 부품도 조립도 생산단계도 필요없는 제조혁명 시대인 셈이다.

제조혁명의 토대를 놓은 것은 1952년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만든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계다. 연구진은 당시 막 개발되기 시작한 컴퓨터를 선반에 장착, 선반공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복잡한 모양의 부품을 제작하는데 성공했다. CNC기계는 오늘날 거의 모든 상품 제작에 활용된다. CNC에 기반한 디지털 제조방식은 1980년 다시 도약한다. 재료를 자르고 깎아내는 기존 가공방식과 달리 재료를 덧붙이며 제품을 완성하는 첨가가공법이 고안된 것이다.

최근 제조업 혁신기술로 각광받고 있는 3D프린팅이 바로 첨가가공의 핵심 기술이다. 컴퓨터로 만든 3차원 설계도에 따라 프린터가 특수 고분자 물질, 금속가루 등을 뿜어 제품 형상을 만들고 자외선이나 레이저로 재료를 굳히는 방식이다. 설계의 수정과 공유가 손쉬워 어디서나 원하는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3D프린팅의 강점이다.

3D프린팅은 이미 실전에 활용되고 있다. 보잉사는 항공기 소형 부품 300여종을 3D프린팅으로 만들고 있고, 제너럴일렉트릭(GE)은 영상 의료기기 제작에 이 기법을 적용할 계획이다. 보석 세공, 임플란트 제조 등 정교한 가공이 필요한 작업에도 3D프린팅이 쓰인다. 의료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말 태국에서 3D프린팅으로 만든 인공 턱을 이식받은 환자가 수술 직후 말을 했다고 전했다. 연구자들은 세포를 분사해 장기, 혈관 등 생체기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닐 거센펠드 MIT 교수는 그러나 "3D프린팅이 디지털 제조혁명의 전부가 아니다"라고 포린어페어스에 말했다. 거센펠드 교수가 제조혁명의 궁극적인 장비로 제시한 것은 3D어셈블러(조립기계)다. 재료를 마치 레고(블록형 완구)처럼 조립해서 상품을 만들어내는 기계다.

3D어셈블러가 가능하려면 재료의 디지털화, 즉 재료를 레고 블록처럼 표준화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거센펠드 교수는 나노기술을 이용하면 미크론(㎛ㆍ100만분의1m)급부터 밀리미터(㎜ㆍ1,000분의1m)급까지 다양한 크기의 입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3D어셈블러와 미세입자를 활용한 제조법은 3D프린팅과 비교할 때 제작상 오류를 줄일 수 있고, 다양한 크기의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또 이질적 재료를 결합하기 쉽고, 재료 재활용으로 폐기물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거센펠드 교수는 "3D어셈블러는 지금도 시중의 부품을 모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며 "개인용컴퓨터(PC)처럼 3D어셈블러가 널리 보급될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제조혁명이 무르익으면 맞춤형 다품종 소량생산이 제조ㆍ유통산업의 대세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기발한 상상력을 실현한 첨단제품이 쏟아지는 한편, 설계도 공유로 개인의 자급생산도 크게 늘 것이다. 한편에서는 총기처럼 위험한 물건이 양산되고 지적재산권이 전혀 보호되지 않을 것이라며 3D 제조기술 사용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있게 제기된다.

거센펠드 교수는 그럼에도 디지털 제조혁명을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만개한 인간의 창의력이 관습적 제도를 혁파하고 지구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데 쓰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그 근거를 자신이 주도하는 국제적 교육기관 팹랩에서 찾았다. 3D프린팅 등을 갖추고 학생들에게 설계ㆍ제작능력을 길러주는 이 기관은 36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보스턴 학생들이 설계해 노르웨이에서 디자인을 개선한 뒤 남아공에서 성능 시험한 안테나와 라디오, 무선통신망이 아프가니스탄 팹랩에 전달돼 전쟁 피해 복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제조혁명은 단지 기술적인 게 아닙니다. 사회적인 것입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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