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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남세스럽게 무슨 화장을? '꼬질' 벗고 '댄디'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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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남세스럽게 무슨 화장을? '꼬질' 벗고 '댄디' 입다

입력
2012.11.0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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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제가… 해야 하나요?"

불쑥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지난 1일 오후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코디의 조언을 받아 '외모 가꾸는 남자' 체험기를 써보라"는 선배 기자의 전화를 받고서 였다.'헉! 부끄럽게 남자가 어떻게 화장을?!' 이란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데 20대 후반 내 또래의 젊은 남자들 가운데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단다.

경찰서 기자실 거울 앞에 서 봤다. 대충 바른 왁스로 떡 진 머리, 여느 때와 다름없는 청바지에 점퍼, 흙먼지가 잔뜩 묻은 신발… 거울 속엔 '5분 대기조 사건기자'의 전형이 서 있었다. 이 얼굴에 분을 바르고, 코디 조언을 받는다고 과연 꽃미남으로 변신할 수 있을까.

닷새 뒤인 6일 오전 10시쯤 꾸미지 않는 이 20대 후반(28) 남성의 표본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한 헤어숍의 거울 앞에 앉았다. 디자이너는 긴 머리에 이마가 가린 얼굴을 보고는 한 숨부터 쉬었다. 20분간 헤어드라이기와 헤어스프레이로 연신 머리를 만진 디자이너는 "머리결이 얇고 가늘어서 손 보기가 참 애매한 스타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래도 전문가의 손을 거친 헤어스타일은 이마가 훤히 드러나 마음에 들었다.

1시간 후 또 다른 거울 앞에 앉았다. 이번엔 청담동의 한 메이크업숍 안에 마련된, 휘엉청 밝은 조명 아래다. 까칠해 보이는 맨 얼굴이 더 적나라해 보였다. 70㎝ 거리 앞에 놓인 가로ㆍ세로 2m 크기의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고 있자니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 지 불안하기까지 했다.

"평소에 눈썹은 전혀 손질 안하시나 봐요? 남성분들은 눈썹이 아주 중요한데…"

'내 눈썹이 어떻게 생겼었더라? 그래, 한 때 눈썹이 자유분방하다 못해 중구난방으로 난 거 아닌가' 생각을 한 적은 있었다.

"좀 다듬으면 괜찮아질까요?" 라고 되물으며 내 눈빛이 순간 반짝임을 느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살구색의 제모용 젤을 눈꺼풀 위의 두 눈두덩이에 쓱쓱 바르고 헝겊 조각을 붙이더니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휙, 뜯어냈다. 순식간이었다. '어이쿠, 아플 거라는 말은 없었는데….'

"(눈두덩이에 퍼져 있는 눈썹 잔털들을 제거할 경우) 젤을 쓰면 모근까지 제거 할 수 있어 제모용 칼로 다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예요."

고통의 대가는 나쁘지 않았다. 눈썹이 정돈되니 인상이 뚜렷해졌다.

"요즘 남성들이 아무리 얼굴 가꾸는 데 관심이 있다 해도 파운데이션이나 눈화장까지 하진 않아요. 그 대신 남자들은 눈썹 모양에 따라 인상이 많이 달라지니까 눈썹을 가지런히 하기 위해 제모를 많이 해요." 아티스트의 말이다.

이제 본격적인 메이크업이다. 에센스, 자외선 차단제, 피부색 보정 기능을 합친 남성전용 BB크림(블레미시 밤ㆍBlemish Balm)을 발랐다. "끈적이는 걸 싫어하는 남성들을 감안해 뽀송뽀송 하면서도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는 화장용 붓이 얼굴 구석구석을 쓸어낸 뒤였다. 파운데이션을 덧댄 얼굴은 뽀얘졌다.

30분간 진행된 메이크업이 끝났다. 곁에서 지켜보던 남자 선배가 얼굴을 만져보더니 "와 다음 번엔 내가 받아보고 싶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메이크업이 끝나고 이번엔 늘 즐겨 신던 운동화와 청바지를 벗어 던졌다. 대신 발목을 덮는 갈색 구두에 회색 빛의 모직 바지를 입으니 기분이 산뜻한 게 가격부터 궁금해질 정도로 탐이 났다.

평소에 입어보지 못했던 고급스런 옷에, 전문가의 손길이 닿아 정돈된 머리와 촉촉해진 피부까지 내심 흡족했지만 평소에도 늘 이렇게 꾸미라면? 일단 직업부터 바꿔야겠다.

김 기자의 변신을 도와준 곳

●헤어스타일 1st 뮤사이(청담동 소재, 디자이너 김효진 부원장)

●눈썹정리 및 피부관리 헤라 부띠끄(청담동)

●사용 제품 헤라 옴므 셀브라이트닝 스크럽, 트리트먼트 플루이드, 셀브라이트닝 에센스, 비비크림

●의상 LG패션 일 꼬르소 재킷, 바지, 티셔츠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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