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내경기 하락세가 최근 주춤한 데 이어 앞으로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근거로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다만, 향후 경기 회복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의 재정절벽 문제도 당분간 불안감을 계속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 총재는 이날 정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들어 국내경기 둔화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금을 저점으로 예단하긴 어렵지만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재의 이 같은 진단은 하락세를 멈춘 최근 실물지표를 근거로 한다. 전달과 비교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던 8월 소비(소매판매), 투자(설비투자), 수출 지표들이 9월(수출은 10월) 들어 일제히 플러스로 반등하면서 경기가 바닥에 이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총재는 다만, "일부 경제지표의 회복 조짐에도 불구, 이것이 회복으로 가는 확실한 증거라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세계경기와 별도로 국내 지표만 갖고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세계경제에 대해서도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있지만 위로 치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결국 국내경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지부진한 흐름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 이후 국내외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재정절벽에 대해선 "마지막 순간까지 가야 타결점을 찾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재정절벽이 끝내 현실화하거나 ▦미 정부와 의회가 대타협을 이루거나 ▦두 경우 사이의 적정 수준에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대안을 마련 중이다. 김 총재는 "일단 11월 추수감사절, 12월 크리스마스 등 시점을 (타결시기로)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정치권 특성상 막판까지 타협을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기준금리가 적정금리에 도달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둘 사이에 큰 괴리가 있다고 보지 않으며, 그래서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다.
금융시장은 이날도 미 재정절벽 우려에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지수는 장중 한때 1,880선까지 떨어졌다 반등해 전날보다 10포인트 떨어진 1,904.41로 마감했다. 원ㆍ달러 환율은 1,092원대까지 상승했으나 장 후반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세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 마감(1,087.6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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