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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0분내 어디든" 도봉산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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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20분내 어디든" 도봉산 지킴이

입력
2012.11.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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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가 아니면 위험해요. 지금 하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심상필(55) 경위는 그들에게 다가가더니 걱정스럽다는 듯 이렇게 말했지만 운동화에 청바지 차림의 남녀 대학생 한 쌍이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심 경위는 도봉산 경찰 산악구조대장이다. 심 경위는 "순찰을 돌다 보면 평상시 차림으로 산에 오르는 등산객이 더러 있다"며 "도봉산은 바위산이라 등산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사고를 당할 우려가 커 즉시 하산시킨다"고 말했다.

가을 정취가 무르익어가던 지난 1일 오전 도봉산. 화강암질 바위로 이뤄진 선인봉(708m) 만장봉(718m) 자운봉(739m)이 은빛으로 반짝이고 오색 단풍은 포대능선ㆍ다락능선을 따라 화려하게 흘렀다. 평일인데도 이날 도봉산을 찾은 등산객은 무려 7,000여명. 주말에는 5만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화강암질 바위로 이뤄진 산답게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지만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산 곳곳 이정표에 '02-954-5600'나 '112' 신고전화가 빠짐없이 적혀 있었다.

단풍에 물든 산을 찾는 인파가 절정을 이루는 요즘이 도봉산 경찰 산악구조대에겐 가장 힘든 시기다. 그만큼 조난신고가 많다. 지난달만 해도 구조대에 접수된 조난신고는 13건. 1년 중 가장 적었던 7월의 4건에 비해 3배 이상 많았다.

119가 아닌 경찰이 산중에 구조대를 운영하는 이유는 사망사고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봉산에서만 3명, 전국 국립공원에서 90명이 등ㆍ하산 중 사고로 숨졌다. 전득주(48ㆍ경위) 대장은 "사람이 숨졌을 경우 진짜 사고로 인한 것인지 여부를 가려야 하기 때문에 수사권이 있는 경찰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봉산과 북한산은 1983년부터 경찰 구조대가 상주했다.

도봉산 구조대는 현직 경찰인 구조대장 3명과 의무경찰 5명의 소수정예대원으로 이뤄져 있다. 전 대장만 해도 응급구조ㆍ암벽등반 강사 자격증을 따고 13년째 도봉산을 지키고 있는 산악구조 베테랑이다. 자원자로 선발하는 의경들은 해발 650m 선인봉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막사에서 상주하고, 대장인 현직경찰 3명이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 하루 근무 인원 6명을 항상 유지한다. 여기에 뛰어난 후각으로 조난자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주는 풍산개 설이가 아홉번째 대원이다.

산악구조대 막사를 선인봉 아래 마련한 것은 도봉산 내 어떤 장소든 20분 안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난신고가 접수되면 119 대원이 탄 구조헬기도 동시 출동, 현장에 도착하는 데 채 20분이 걸리지 않는다. 추락 등으로 인한 중증외상환자나 갑작스런 심장질환자가 생존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인 1시간 내 구조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셈이다. 하지만 대원들은 구조성공의 환희보다는 실패의 상처를 더 오래 간직하고 있었다.

"몇 해 전 겨울 40대 여성이 만장봉 인근에서 추락 사고를 당했죠. 해질녘 바람까지 거세 체감온도가 영하 20도였어요. 그런데 와야 할 헬기가 보이질 않는 거에요. 서울지역에 배치된 구조헬기가 두 대뿐이다 보니 출동이 지연된 것입니다. 그렇게 구조대원의 품에서 죽어간 그 분의 얼굴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산악 사고 대부분은 등산객이 자신의 체력에 맞지 않은 무리한 산행을 하다 발생한다. 그래서 "등산객들이 꼭 정상을 밟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못내 아쉽다"는 게 대원들의 말이다. 가을 절경이 빼어난 요즘엔 카메라에 풍경을 담으려다 사고를 당하는 이들도 많다. 전 대장은 "좀더 좋은 앵글을 찾는 데만 몰두하다 주변을 살피지 못하면 추락과 같은 큰 사고를 당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등산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3,802명으로 전년(2,251명)에 비해 27.5% 급증했다. 서울시만 하더라도 교통사고ㆍ화재를 제외하면 등산으로 인한 사고가 1,149건으로 가장 많다. 생각이상으로 사고가 많은 곳이 산이다.

심상필 대장은 "산꼭대기에 오르면 체감온도가 평소에는 2~3도, 비가 오는 날은 5~6도 더 낮아지니 덥다 싶을 정도로 옷을 껴입어야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는다"며 "하산할 때를 대비해서 체력 안배도 해놔야 실족하는 일이 없다"고 당부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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