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현실화의 공감대를 형성한 공은 인정해줘야 한다."(한국전력 관계자)
"공기업 사장으로서 너무 무리수를 뒀다."(정부 관계자)
취임 1년 만에 중도하차 하는 김중겸(사진) 한전 사장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경북)ㆍ대학(고려대)ㆍ회사(현대건설) 후배로 지난해 9ㆍ15 정전대란 직후 취임한 김 사장은 처음부터 빚더미 위에 앉은 한전경영을 정상화하는 데 올인했다. 이를 위해 한편으론 해외수주에 주력했고, 다른 한편으론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전기료 인상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장은 정부와 일전을 불사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5% 이상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정부 방침에 맞서, 두 자릿수 인상안을 두 차례나 들이밀었다. 또 전력요금 구매체계가 잘못됐다면서 같은 정부기관인 전력거래소와, 요금산정을 하는 개인들을 상대로 무려 4조원의 소송을 추진하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삼성전자, 밀양시 지역주민 등 전력요금분쟁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소송을 냈다.
한전 내에선 이런 그에 대해 "건설사(현대건설) 사장 출신답게 불도저같이 너무 밀어붙인 면은 있지만 그래도 정부와 대립각까지 세워가며 잘못된 전기요금체계를 바로잡으려 노력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한 관계자는 "역대 어느 한전사장이 이렇게까지 전기요금 현실화를 역설하고 상급기관에 대해 할 말을 한 적이 있느냐"면서 "트러블은 많았지만 어쨌든 김 사장 덕분에 전기요금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전력기관과 정부 내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전사장과 현대건설사장은 다른 자리다. 기본적으로 공기업 사장이면 국가시책에 부응하려는 공적인 책임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데 그런 의식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기관을 상대로 몇 조원의 소송을 내는 식이라면 애초 공기업 사장을 맡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사장이 왜 하필 이 시점에 사표를 냈는지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사장이 MB맨인 건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어차피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바뀔 수 밖에 없는 만큼 현 정부하에서 물러나는 것이 가장 모양이 좋은데 겨울철 전력비상시기가 시작되기 전인 지금을 가장 좋은 퇴진타이밍으로 본 것 같다"고 해석했다. 정부도 그의 사표를 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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