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찰 간부가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55)씨 측으로부터 수억원을 건네받은 사실을 경찰이 포착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경찰은 돈의 액수와 건네진 시기로 미뤄 대가성이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
조씨의 사망 조작 의혹 및 은닉자금을 수사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씨의 최측근이자 자금관리책인 강모(52)씨가 2008년 서울지검 특수부 부장 출신의 검찰 간부 A검사의 차명계좌에 2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검사가 차명계좌에서 돈을 찾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까지 확보했다.
강씨가 돈을 송금한 시기는 조씨의 다단계 사기사건 피해자들이 고소장을 내면서 조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때다. 경찰은 그 해 10월 조씨와 측근들을 수배했으나 조씨는 2개월 후 중국으로 밀항, 도피했다.
경찰은 조씨가 수사망에 오른 시기에 측근인 강씨가 검찰 간부에게 거액을 송금한 점으로 미뤄 수사와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를 집중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돈이 조씨가 측근의 이름을 빌려 A검사에게 건넨 것인지, 조씨의 은닉자금 중 일부인지 등 돈의 출처와 성격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돈을 보낸 강씨는 조씨의 자금을 관리하면서 경찰, 공무원 등에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구경찰청 소속 정모(37ㆍ구속수감) 경사에게도 차명계좌로 수억원을 건넨 사실이 경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하지만 경찰은 강씨가 현재 중국으로 도피한 후 잠적한 상황이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주범 조씨는 사망 조작설까지 나왔지만 생존해 있다는 증거가 없고 살아 있더라도 소재 파악이 안돼 조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또 경찰은 A검사가 하이마트를 인수했던 유진그룹 측으로부터도 차명계좌를 통해 5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의 성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경찰은 두 사안 모두 오고 간 돈의 액수가 큰데다 시기가 A검사가 특수부 부장으로 재직하던 때여서 포괄적 뇌물수수죄 적용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A검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조희팔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며 “차명계좌로 돈을 받은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2004년 대구 서울 부산 등 전국에 10여 개의 의료기기 다단계업체를 차린 뒤 “고수익을 올려주겠다”며 끌어들인 투자자 3만여명에게 4년간 3조5,000억~4조원을 뜯어낸 사상 최대 규모 사기사건의 주범이다. 2008년 12월 중국으로 도피한 그는 지난해 12월 칭다오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지만, 피해자들은 그가 사망까지도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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